[가양 5단지] 중국관-미친 동네 중국집
배달의 민족에서 근처의 중국집을 찾아 짜장면과 볶음밥을 시켰다. 배달비는 1,000원. 그리고 15분만에 벨이 울렸다. 음식점의 배달원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집이니까 그렇겠지만 배달 대행의 시대다 보니 왠지 신기했다.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군. 음식은 놀랍게도 멀쩡했다.
그리고 어느 날, 궁금해져 직접 찾아가 보았다. 가양 5단지 아파트 상가의 2층에 있는 중국관은 일단 입지부터가 웃기는 곳이었다. 상가 한쪽 끝에 주방이 있고 맞은편 쪽에 따로 홀이 있으며, 그 가운데 둘을 합친 것보다 더 넓은 공간을 창고로 쓰고 있었다. 이렇게도 영업을 할 수 있군. 아직 바삭함이 남아 있는 깐풍기는 사실 고추장 양념 치킨에 더 가까웠으니 요즘 같은 치킨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성비 터지는 안주인 것이었다.
크지도 않은, 또한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 상가의 2층 절반 이상을 아주 비효율적으로 차지하는 공간 활용으로 생기는 의구심을 멀끔하게 덮어줄 만큼은 멀쩡한 음식. 그렇다면 이곳이 혹시 동네의 숨은 맛집 정도는 되는 것이냐…?! 라고 궁금증을 품을 수 있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무엇보다 기본 설정의 위생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이다. 냅킨 대신 두루마리 휴지를 쓰고 물수건은 매직으로 모든 면에 ‘물티슈’라 쓰인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겨 있다. 물병과 물잔의 위생 상태도 믿을 수 없으므로 나는 이곳에 갈때면 티슈와 물병을 챙겨서 간다.
그래도 용케 간다고? 음, 그렇게 가끔 가서 깐풍기에 간짜장-뻑뻑하게 볶아 나오고 지나치게 달지 않다-을 먹는 정도로는 참아줄만 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말한 이 모든 불균형이 약간 미친 느낌이 나서 식탁-엉뚱하게도 타일이 깔려 있다-에 앉아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어린 시절 외가 친척들이 모이면 이야기했던 ‘웃기는 짜장면’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한데 어쨌든 그 이상의 요리는 시켜 먹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요즘 많은, 깔끔하지만 맛은 없는 중국 음식에 질려 버린 강서구민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그 어이 없음을 음미해 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