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음식 비평

작년 11월, 옥천으로 냉면을 먹으러 갔다. 근처에서 군복무를 해서 외박 나왔을 때 한두 번인가 먹었었는데 생각이 부쩍 나서 찾아갔다. 거리 두기를 위해 한 탁자씩 건너 뛰어 앉아 식당이 한산한 가운데, 50대로 보이는 4인 남성 일행의 대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골프와 김재박을 화제로 삼는 그들의 목소리는 비단 이런 시국이 아니더라도 크게 들렸으리라.

이러니 외식을 하기가 어렵지. 냉면을 후루룩 마시듯 먹고 나오며 생각했다. 접촉이 전파와 감염의 확률을 증폭시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국에서, 외식은 합법적이고 또 필수적인 행동 가운데 가장 께름칙한 것으로 전락했다. 체온 점검부터 방문 기록 남기기, 거리 두기 등 온갖 필수 지침을 다 지키더라도 인간의 선의 혹은 자율의지에 기대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경우가 예외도 아니었다. 참다 못해 가끔씩 들렀었던 음식점 방문에서 100% 이런 상황을 겪었다. 누군가-아주 높은 확률로 나이 먹은 남성-가 시국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떠들어대는 상황 말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에서는 단순히 시끄러워 거슬렸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전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정말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이들과 섞일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외식을 자제할 수 밖에 없어져버렸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많은데 못 가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2.5단계의 현 방역 상황 탓에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단축됐다. 그나마 음식점이 단축된 영업시간에 적응하며 살아 남을 궁리를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이미 많은 곳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문을 닫았으니까.

한마디로 갈 곳이 줄었고 가더라도 안심을 못한다. 음식점을 방문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워진 현실이라면 음식 비평 또한 그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사실 나는 코로나 시국이 현재처럼 엄중해지기 이전부터 개별 음식점의 평가를 자제해왔다. 최일선에서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 가뜩이나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굳이 잠재적인 혹평을 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평가 기준은 바뀌지 않을 테고 시국이 어렵다고 해서 음식점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만약 만족을 못하더라도 그런 나만 가만히 있는다면 되는 것 아닐까?! 논리가 좀 헐거운 것 같지만 원래도 재미가 있는 일은 아니니 이런 시국에 굳이 나서서 혹평하려들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당분간은 비평의 방향을 선회할 계획이다. 아주 거창하게 말하자면 좋으나 싫으나 패러다임이 바뀌는 판국이니 비평도 그에 맞춰 가야 한다. 적어도 그냥 넋놓고 모든 게 다 좋다고 쓸 수 있는 팔자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