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4_잡담
지난 십오 년 동안 글을 쓰기 싫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일이 된 글쓰기가 하기 싫은 날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글 자체를 쓰기 싫었던 날은 없었다. 다만 일이 아닌 글을 쓰기가 여러 이유에서 갈수록 힘들어졌을 뿐더러 작년 하반기부터는 일에서 일을 더 분리해내기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일은 이제 하기 싫다. 그래서 한참 동안 거의 아무 것도 쓰지 않고 또 못했다. 그러면 또 마음이 불안해진다. 자꾸 써도 불안해지지만 자꾸 안 써도 불안해진다. 결국 어떻게 해도 불안해지니까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결국 쓰는 수 밖에 없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새해에는 잡담이라도 쓰기로 했다. 작년의 돌아버릴 것 같았던 기분을 이어받아 올해도 참 돌아버릴 것 같은데 그럴 때는 그냥 돌아버릴 것 같다고 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가 돌아버리는 일 따위가 사실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삼 깨달았으므로 조금 쉬워졌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는데 십 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와서는 제대로 내러티브를 다듬어서 말하지 않은 스스로를 질타하는 걸 발견하고는 꼭 이렇게 살아야만하는 걸까 약간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