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바나나파이 프라푸치노-디저트의 해체
마침 생일 쿠폰이 있어서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스타벅스에 갔는데 (예상대로) 바나나파이 프라푸치노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슬픈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궁금했으니 어쨌든 사먹었다. 가격은 6,500원. 무엇보다 뚜껑이 궁금했다. 과연 빨대가 잘 꽂히기는 할까? 크러스트도 미심쩍지만 ‘휴지심’인 종이 빨대라면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가장자리가 무디고도 두꺼워서 안 꼽힐 수 있지만… ‘쓸데없이 걱정하고 그러냐’라고 비웃듯 잘 꼽혔다.
맛은 어떤가. 일단 음료 부분은 바나나’맛’우유+실물 바나나 퓨레+생크림으로 웬만하면 예상할 수 있는 맛이고, 그 위에 지방+밀가루의 반구형 뚜껑을 씌워 놓았는데… 모양도 좋고 버터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맛도 나쁘지 않은데 비해 아무래도 먹기가 불편하다. 반구의 윗부분은 손으로 집어 들기가 어렵고, 가장자리에는 크림이 잔뜩 묻어 있으니 손을 대기 싫을 수도 있다. 한편 종이 빨대는 천천히 음료에 젖어 빨아들이는 힘이 약해지는 가운데 뚜껑도 덩달아 엉거주춤해진다. 이래저래 보기에는 확실히 좋은데 이를 위해 일종의 UX를 희생시켰달까?
밀가루(+지방)의 껍데기와 소(필링)으로 이루어진 디저트를 각각의 요소로 분리하는 건 사실 디저트의 아주 일반적인 해체론이다. 따라서 이 음료가 ‘바나나파이 푸라푸치노’라고 해서 굳이 사용자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반구 형태로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저 음료에 담글 수도 혹은 옆에 따로 낼 수도 있는 과자라면 생산자는 관리하기가, 소비자는 먹기가 쉬워 차라리 ‘윈윈’ 아닐까. 게다가 바나나와 계란과자가 나름 전통적인 디저트의 짝임을 감안한다면 뭔가 다른 가능서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까지.
사족 1. 무엇으로 구웠든 뚜껑은 좀 더 색이 나야 한다. 이렇게 옅은 색은 맛 없는 색이다.
사족 2. 그나마 리저브에서 파는 건좀 나은데 한국 스타벅스의 일반적인 음식은 브랜드와 커피의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 외국의 스타벅스도 엄청나게 좋지는 않지만 어째 갈 수록 더 맛이 없어 보인다. 궁극적으로 ‘초단기 (사무/학습) 공간 임대’임을 감안하면 ‘머무르는 사이에 웬만하면 먹겠지’라는 생각으로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프라푸치노도
사족 3. 굳이 실물 바나나가 씹힐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진짜 파이도 대체로 바나나를 완전히 매끄럽게 갈아서 소를 만들지 않던가?
사족 4. 정녕 이것이 ‘봄의 맛’이어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