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야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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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트위터에서 일본의 오미야게에 대한 이야기가 이른 봄 들불처럼 퍼졌다. 덕분에 오미야게에 대한 생각을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 ‘지역빵’을 필두로 각 지역에서 오미야게 노릇을 할 수 있는 먹을 거리들을 앞다투어 만들어 내는데 그냥 다투기만 하지 서로 다르지도 또 맛있지도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관광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에서 관광객의 지갑에서 한 푼이라도 더 끌어 내려면 이런 종류의 문화 자산(컨텐츠?)을 좀 더 많이 개발 및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오미야게에서 배울 만한 점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맛 이외의 완성도 향상

맛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그 너머에도 개선이 필요한 구석이 너무 많을 뿐더러 이제는 되려 그런 것들을 먼저 좀 더 다듬어야 맛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맛 이외의 완성도라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단 생김새와 만듦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주 황남빵의 리뷰에서 지적했듯 일단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하고, 불량품 같은 것은 포함시키면 안된다. ‘수제’가 떨어지는 만듦새의 핑게로 작용하느니 기계로 멀쩡한 걸 만드는 게 훨씬 낫다. 한편 공장 생산이라면 품질 관리에서 당연히 불합격 되었을 법한 상처난 것들을 판매해서도 안된다.

2. 포장의 향상

‘맛 이외의 완성도’에 포함된다고 봐도 상관 없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향상을 꾀해야 하며 사실 맛 외에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므로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 또는 시궁창이다. 디자인 자체부터 포장재까지 어느 한 구석 멀쩡하지 않다. 그런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 하나를 뽑자면 편의성 향상이다. 지금보다 더 먹기 편하게 바뀌어야 한다.

일단 개별포장이 필수다. 외부 포장 한 가지에 전체를 담아 놓는 것보다 먹는 데 부담이 훨씬 적다. 특히 정말로 ‘오미야게’ 역할을 할 경우라면 개별포장이 되어 있어야 나눠 먹거나 돌리기도 쉽다. 오미야게의 주류인 과자류가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지방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정 기간 냉동 보관이 가능한데, 그마저도 개별 포장이 되어 있어야 편하다. 먹다 말던 황남빵을 한 개씩 랩으로 싸서 냉동보관한다고 생각해보자. 귀찮아서 못한다. 호도과자도 마찬가지이다. 종이로 개별 포장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장기 보관에 도움은 안된다.

한편 개별포장 자체의 편의성 또한 향상시켜야 한다. 예전에 지적한 바 있지만 개별 포장을 했더라도 뜯어 먹기에 불편하면 큰 의미가 없다. 과자류가 부스러지기 쉽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포장 속의 제품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힘만 주어 편하게 뜯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3. 스토리 텔링

‘스토리 텔링’이라는 표현도 표기도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므로 그대로 쓰자.  ‘해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 음식은 대체로 모방과 변주를 통해 만들어지고 자리 잡으며 오미야게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과자류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을 만들어 팔려면 뒤에 탄탄한 스토리가 깔려야 한다. ‘횡성-한우-한우빵’식의 조잡한 형상화를 위한 기초적인 스토리가 아닌, 음식의 문법과 맛에 정당성을 불어 넣는 스토리여야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는데 대체로 너무 약하다. 지자체에서 관광 컨텐츠 혹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온갖 위인들과의 연관성을 만들어 내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음식에는 안 되는지 궁금하다.

4. 만들어 가는 전통

따지고 보면 한국의 오미야게 후보들은 전통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대다수가 델리만주 반죽에 지역 특산물을 넣거나 그 모양을 본따서 만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개발한 초콜릿류는 한국의 전통 음식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황남빵은 어떤가? 일본이 남겨 놓고 간 빵과 틀 등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 아닌가? 지금도 그렇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음식 상품을 개발하려면 우리가 가장 좁은 범위로 믿고 있는 전통에 기대서는 나올 게 없다. 떡 같은 것 말이다. 떡을 개발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그런 것에만 얽매이면 만들어 팔 게 없다. 따라서 근현대에 한국에 들어온 음식 문물을 새로운 전통으로 정착시켜 끌고 나간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한참 유행이었던 지역 빵집만 봐도 5, 60년 혹은 그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을 통해 서양-일본을 거친 제과제빵 문화가 자리 잡았다면, 이제 우리는 그걸 전통이라고 받아 들이고 발전시켜 나갈 마음을 먹어야 한다.

5. 맛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델리 만주 반죽에 지역 재료를 욱여 넣고 그 모양으로 구운 빵’ 같은 건 이제 그만 만들어야 한다. 맛 외의 영역만 살펴본다고 했지만, 가장 기초적인 이해도 없으면 음식 아닌 괴식이 될 뿐이다. 오징어, 황태, 혹은 쇠고기 같은 재료는 기본적으로 짠맛 중심의 끼니 음식에 99% 쓴다. 그렇다면 과자나 빵류를 만들더라도 짠맛 중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개별 음식 혹은 조리 문법과 재료의 특징을 이해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괴식이 이제 전형처럼 퍼져서 좌절스럽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음식 관광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