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만두란?!-간장의 역할이란?!
‘간이 되어 있으니 간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벽에 붙어 있다. 아닌게 아니라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상태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로 간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간장이 아예 필요 없을까? 먹다가 어린 시절의 일화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도 만두를 사랑했던 나는 언제나 찍어 먹을 간장을 찾았다. 짠 음식을 무엇보다 경계하는 가풍 탓에 ‘짜니까 찍어 먹지 마라’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간장을 고수했다. 무엇보다 간장이 단순히 간 맞추는 역할 이상을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간이 아닌,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전파되는 짠맛 및 감칠맛, 향의 방점 찍어주기 말이다.
자차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간장과는 역할이 다르며, 두껍고 조금은 덜 익은 듯 늘어지는 반죽 탓에 만두는 쉽게 물렸다. 세 종류(소롱포, 표고버섯 만두, 야채 쇼마이) 모두 한 접시에 6,000원이고 개당 1,000원 꼴인데 너덧 개쯤 먹으면 배는 부르지 않지만 몸은 다른 음식을 찾는다. 그래서 남은 걸 싸가지고 나와서 베라보에서 조금 더 선명하고 깔끔한 맛의 라멘으로 끼니를 마무리했다. 남은 만두는 몇 시간 뒤 완전히 식은 것을 집에서 먹었는데 ‘이 정도면 너무 짠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이 맞는 수준을 넘어선지라 원하더라도 간장의 자리를 만들어주기가 조금 어려우니 뜨거워도 차가워도 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향점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어딘가 모르게 요령이 달리는 만두였다.
가격을 감안하면 끼니로 먹기에는 은근히 만만치 않고, 온도가 높으니 싸와서 집에서 적당히 식혀 먹으면 최선일 것 같다. 게다가 만두 세 가지 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이래저래 종합하면 동네 주민 혹은 근처를 지나가는 상황에서는 그냥저냥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으나 굳이 찾아가서 먹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만 양 옆의 돈까스/우동집과 베라보 라멘 가운데 하나를 짝지어 주면 본의 아니게 만두를 중심(혹은 애피타이저)로 두고 사뭇 다른 맛의 스펙트럼을 지닌 투 코스를 즐길 수는 있다.
*사족: 소금과 간장의 역할 구분이 좀 더 분명하게 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양념 문화는 둘 사이의 모호한 역할 탓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