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쇠고기 미역국 라면
며칠 전 충청도에 출장을 갔다왔다. 당일치기에 장항선을 타지도 않았으며 온갖 차례 음식 같은 걸 배 터지게 먹지도 않았건만 조건반사처럼 라면이 먹고 싶었다. 거의 언제나 충청도에서 돌아온 밤에는 라면을 끓여 먹곤 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온갖 음식들로 배는 물론 머릿속까지 느글거리는 상태에서 라면 만큼 좋은 음식이 없었다. 그것도 웬만해서는 라면 같은 건 안 먹는 게 좋다는 ‘만트라’를 꾸준히 유지해온 가정에서. 또한 그러한 사고의 산물로 떡 벌어지게 차린 상이 안기는 피로함을 풀어주는 게 결국은 라면이라는 아이러니 또한.
각설하고, 그래서 집에 짐을 내려 놓고 누워 있다가 편의점에서 오뚜기 쇠고기 미역국 라면을 사왔다. 요즘 ‘핫’하다는 이야기에 궁금했을 뿐더러, 매운 라면이 딱히 먹고 싶지 않기도 했다. 먹고 난 느낌은… 좀 복잡하다. 맛이 없어서? 그렇지 않다. 오뚜기는 먹을 만한 즉석국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회사다. 따라서 즉석 식품의 기준에서 이 라면이 맛이 없을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 크게 거슬리지 않는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고 깨의 기름이라 믿을 만한 무엇인가의 구수함이 뒷자락에 깔리는 표정은 무리가 없다.
적어도 국물은 그렇다는 말인데, 과연 면은? 그게 좀… 그렇다. 질감이 썩 유쾌하지 않다. 10퍼센트 포함시켰다는 쌀가루 때문에 탄성이 없어져서 그렇다고 보는데, 먹으면서 점차 풀어져서 차라리 다 먹을 때쯤의 부들부들해진 질감이 오히려 어울린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애초에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과연 쌀가루의 첨가가 맛을 위한 것일까? 혹시 쌀의 소비 촉진을 위한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과연 면 자체가 미역국이라는 문법과 어울리는 것인지 그 자체가 의문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대체 미역국 라면이라는 것은 어떻게 개발된 것일까? 혹시 기존의 즉석국에 면만 더하면 짜자잔 신제품 라면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이 라면이 즉석 미역국과 즉석밥의 조합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양을 감안한다면 라면으로 끼니를 이루기 어려우며, 조리 시간 (2분)까지 감안한다면 이 라면의 최선은 즉석 용기면일 것이다. 물론 아직 시판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