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 황태라면
먹다 보면 좀 헛갈린다. 황태리 용대라면? 용태리 황대라면? 황대리 용태라…그만 하자.
서울 양양 고속도로의 내린천 휴게소에서 언젠가 사 두었던 용대리 황태라면의 마지막 한 봉지를 오늘 곱게 끓였다. 간만에 마신 소주의 해장을 위해 이만큼 좋은 라면이 있겠는가 싶지만 먹다보면 생각이 좀 복잡해진다. 일단 존재 자체는 긍정적이다. 지역빵은 이제 존재를 넘어서 개념만으로도 무서워지는데 그 선두에 이 지역에서 만든 황태와 오징어빵이 있다. 팥소와 황태 혹은 오징어살의 조합… 가끔 꿈에 나오는데 정말 무섭다.
그렇게 따지면 라면만큼 이런 식재료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한국 음식이 없으니 출발은 포장에 그려진 황태(과음으로 인한 황달 소견) 만큼이나 흐뭇한데, 그 표정 만큼 황태의 맛이나 건더기가 후하지 않은 건 조금 실망스럽다. 인스턴트 북어국의 역사가 꽤 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도 정확한 연도를 알려주는 자료가 없다), 이런 라면의 상품화가 엄청나게 새로운 컨셉트일 수는 없는데, 그에 비해 구성은 좀 안일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 개에 2,000원. 절대적으로는 큰 돈이 아니지만 한국인에게 정신적 음식의 한 축인 라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격에 비해 특별한 게 없다고 느껴 재구매를 유도 못할 확률이 높다. 너구리의 다시마처럼 ‘임팩트’ 있는 건더기의 도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맛은 평범 및 준수한 가운데 요즘의 유행인 매운맛과는 과감하게 거리를 둔 점을 높이 산다. 다만 감자가루의 함유량이 높은 것 같은 면의 질감은 이 국물과 썩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막 끓였을 때는 탱글하지만 1/3쯤 먹은 시점부터는 현저하게 늘어져 국물의 깔끔함을 방해한다. 계란을 실제 북엇국처럼 완전히 풀어서 끓이면 모자란 건더기도 갈음하고 국물과의 조합도 한층 북돋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