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부원면옥-비빔냉면
지난 몇 주 동안 약간 정신 나간 것처럼 냉면을 열심히 먹고 다녔다. 그런 가운데 부원면옥의 제육고명이 별도의 메뉴로 나가는 어떤 곳의 돼지고기보다도 맛있었다(물론 이곳에도 별도의 메뉴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 습관처럼 물냉면을 먹다 말고 깨달았다. 여기에서는 비빔냉면을 먹어야 한다. 사실 나는 웬만해서는 비빔냉면을 먹지 않는 사람이고 비빔냉면이 정확하게 ‘냉면’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확실히 비빔냉면이 빛난다.
고기를 좀 더 얹어주는 ‘특’을 시키면 면에 범벅된 양념에 좀 더 균형이 맞지만 정확하게 음식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열쇠는 빈대떡이 쥐고 있다. 금방 부쳐내 따끈한 것을 젓가락으로 잘라 끝에 간장을 살짝 찍은 뒤 양념에 함께 버무려진 제육 한 점 위에 얹고 면으로 말아서 입에 넣는다. 미지근한 면과 돼지고기 위에 올라간 빈대떡의 따뜻함이 입 안에서 뜨거움으로 번지려는 찰나 딸려 나온 국물을 한 모금 머금는다. 매끈한 면 위주의 질감이 단조롭다 싶으면 절인 오이나 무김치로 악센트를 주면 훌륭하다.
전체를 잘 씹어 삼킨 뒤 이번에는 걸쭉하고 뜨끈한 면수를 한 모금 머금으면 매운 양념 위로 극적인 온도의 변화가 넘실거리며 자아내는 폭발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폭발적이냐면 다음 날 점심까지 거대한 한통의 마늘이 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맛있지만 양념이 절반으로 줄어도 음식의 완성도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사족: 양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양념에 대해 ‘한식의 품격’이 인용된 사례가 있었다. 나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