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식부관-실패
소위 ‘핫’한 곳을 갈 때 이제는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제발 맛있으세요. 부탁합니다. 맛이 없어서 실망하는 거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리뷰랍시고 올렸다가 분노한 이들이 소떼처럼 몰려와서 덧글 다는 것도 너무나 지겹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하니까 굳이 상호까지 들먹이지는 않겠다.
왜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부터 꺼내는가. 같은 심정으로 식부관에 갈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음을 굳게 먹고 하루 전 그것도 정해진 시각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절차를 거치고 가지고 오기 위해 일부러 외출을 하는 모든 과정을 거쳐 입에 넣은 빵은… 맛이 없었다.
일본식 식빵은 쉬운 빵이 아니다. 잘 만든 걸 먹거나 그걸 바탕으로 나온 레시피를 읽거나 종내에는 만들어 보기까지 하면서 살펴보면, 이 빵에 들어맞는 개념이나 절차는 장인정신이라기보다 화학과 공업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질감에 대한 접근이 그렇기 때문이다.
흔히 ‘닭가슴살’과 ‘쫄깃함’으로 일본식 식빵의 질감을 묘사하는데, 나는 둘 다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밀가루로 인한 탄성 혹은 저항을 일정 수준 지니고 있지만 그 꼬리를 어느 지점에서 잘라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전분이 개입해 일종의 폭신함을 불어 넣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저 않거나 끈적거리지는 않아야 잘 만든 식빵이다.
그리고 이름부터 먹고 싶지 않은 ‘슈렉’을 뺀 식부관의 나머지 세 식빵은 그런 질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가지가 틀에 뚜껑을 씌워 굽는, 그래서 발효와 굽는 과정에서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정한 부피로 완성되는 ‘풀만’식임을 감안하더라도 속살이 너무 촘촘하고 탄력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일부러 덜 구운 느낌의 ‘플레인’은 퍼석하면서도 끈적하게 이에 달라붙는 게, 질감만으로는 프랜차이즈의 판지 같은 질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전체를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일본 식빵 같은 질감을 내려다가 실패한 느낌이었다. 한편 일본식 식빵 혹은 일족인 샌드위치 식빵이나 핫도그/햄버거 번에 설탕이 그럭저럭 들어가기는 한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셋 다 단맛이 강한 편에 의미 있는 차이도 없이 천편일률적인 맛이었다. 사실 나는 빵보다 그 외의 요소에 더 실망했다. 식부관의 빵은 비싸다. 가장 비싼 것 한 덩어리에 12,000원이고, 이 세 덩어리를 사는데 28,000원이 들었다. 게다가 안정적인 구매를 위해서는 하루 전에 전화로 예약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여건치고는 빵의 포장 등, 하나의 상품을 완결시키는 요소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식빵은 틀의 규격이 일정 수준 정해져 있는 빵이므로 비닐 포장재 등도 좀 더 빵에 맞게, 단정하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포장상태가 허술하며, 제품을 구분하는 스티커도 대충 만든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쇼핑백도 마찬가지. 한 덩이씩 수납공간을 설정한 내부 공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마저도 사실 빵이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검색해보면 프랑스산 밀가루, 북해도산 청정 밀가루 같은 재료를 쓴다는 이야기부터 나오는데, 그런 재료와 식빵 완성도의 간극이 너무 크다. 말하자면 그런 재료로 굳이 입에 오르내릴 빵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음식의, 맛과 상관 없는 유명세를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긋지긋하다.
*참고로 5년 전 쓴 레스토랑 ‘톡톡‘의 리뷰를 링크한다.
저도 실패 했었죠…
초반에도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맛있다고 느꼈었는데 소세지빵이나 슈렉 같은 이상한거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맛이 변한거 같아요… 더 이상 안가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