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전주곰탕의 비빔냉면
부드럽지만 양지머리의 촘촘한 결과 딸린 탄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수육을 한 점 들어 자작한 국물에 가까운 양념에 버무려진 면을 싸서 입에 넣는다. 절반쯤 먹은 상황에서 회무침을 한 점 먹어 오돌도돌함을 더한다. 그리고 딸려 나온 따뜻한 육수를 한 모금 마셔 혀에 들러붙은 고춧가루의 꺼끌꺼끌함을 달랜다.
그러면서 바로 전에 글을 올린 우래옥의 비빔냉면을 생각했다. 면과 양념의 조합도 그렇지만 받자마자 먹기 어려운, 뜨겁디 뜨거운 면수의 의미를 떠올렸다. 잔은 갈수록 뜨거워지니 조금 있으면 아예 손에 쥐기조차 어렵다. 손끝으로 어렵사리 움켜쥐고 홀짝거려 봐야 지방이 없으므로 양념의 매운맛을 가져주지는 못한다. 되려 온도 때문에 혀가 느끼는 통각이 한층 악화된다. 물냉면이라면 모르겠지만(실제로 이곳의 물냉면에는 별 매력이 없었다), 적어도 비빔냉면과 둘러싼 총체적인 경험이라면 이곳에서 훨씬 더 즐겁다.
탕이나 수육을 지나 여름 메뉴라고 내놓은 (비빔) 냉면 등의 주메뉴는 물론 딸려 나오는 김치나 간장바탕의 양념장까지, 이곳의 음식은 일관적으로 흥미롭다. 비효율적인 양념 범벅의 맛내기부터 단맛의 오남용까지, 내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지적하는 한식의 제반 문제를 분명히 공유하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즐겁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식의 문법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라고 한 적도 없지만) 음식이 맛있을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헤아릴 수 있지만 구구절절이 늘어 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알아도 속속들이 구현 가능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