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의 비빔냉면

IMG_3240아주 가끔 우래옥에서도 비빔냉면을 먹는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5년에 한 번? 하여간 얼마전 아주 강하게 부름이 와서 먹고는 한식에서 어쩌면 가장 널리 통하는 요리의 문법이라 할 수 있는 ‘비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비빔’이란 정확하게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과연 한식이 이를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 한 가지를 꼽자면 물리적인 변화로 구분할 수 있을 텐데, 궁극적인 목적을 ‘A라는 체계의 맛을 B라는 체계로 전파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과연 현재 한식의 비빔, 특히 이런 음식에서 맛볼 수 있는 고추장과 고춧가루 위주의 양념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책임은 A와 B, 양쪽 체계에 모두 있다. 말하자면 비비는 양념이나 비벼지는 쪽이나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일단 태생적으로 갖춘 물성을 고려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과연 비벼지기에 효율적인 대상인가? 면 다르고 밥 다를 텐데 특히 후자가 걸린다. 밥은 과연 비빔에 적합한가? 비빔밥은 한식의 대표 가운데 하나지만 아밀로펙틴, 그리고 온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딱히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치대면 끈적거리고 차가워지면 굳어서 잘 안 섞이지만 뜨거우면 또…

한 번 더 가공하므로 질감의 변화를 겪는 면이 차라리 밥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조리를 통해 되려 약점을 품을 수 있다. 이날 비빔냉면을 먹으며, 물냉면 특히 국물이 조리 과정의 약점을 상당 부분 감춰준다는 생각을 했다. 차게 먹는 면은 삶은 뒤에 헹궈 표면의 전분을 가셔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대가로 표면에 물기가 남는데, 국물을 부어 마무리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비빈다면 양념이 잘 어우러지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비빔이라는 조리의 문법의 속성이 물리적인 것이라고 밝혔듯, 사실은 어떤 재료라도 양념과 완전히 섞이지는 않는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먹는 순간 동안 유사 혼합 상태를 이룰 뿐이지, 다른 체계가 정확하게 어우러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버무림’과 ‘비빔’이 명목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사실 후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양태라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 양념 또한 ‘결착’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결합 상태를 촉진하는데 본질적으로 적극적인 방편은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방 말이다. 다른 체계의 표면에 점성이 있는 막을 입히면 한결 더 결착이 쉽게 될 수 있지만 한식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식으로 지방을 쓰는 경우는 없다.

결국 우리는 ‘비빔’이라는 어휘로서 서로 다른 체계가 긍정적으로 혼합된 상태를 묘사하지만, 각 요소를 뜯어보면 이것은 결국 일종의 환상이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또한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각 체계의 요소들이 둘의 이상적인 물리적 결합을 방해하는 현상이 결국 일종의 대비책으로 양념의 부피를 늘렸다고도 본다. 잘 섞이지 않는다면 양을 늘려 파묻어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매운맛의 양념이 그렇듯 통각으로 모든 감각보다 한발 앞서 혀를 자극하므로 소금 위주의 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 또한 악재로 작용한다. 면에 비해 양념이 너무 많은데 간도 안 맞고 지방도 작용하지 않으니 부피보다도 더 많은 매운맛을 쏟아내고, 결국 고춧가루 특유의 쓴맛만 남긴다.

이런 비빔의 형식이 한식의 대표 요리 문법으로 존재한다는 현실도 그렇지만, 냉면의 세계에서 국물의 대척점처럼 자리를 굳혔다는 사실 또한 굉장히 흥미롭다. 이것도 궁극적으로는 매운맛으로 균형이 깨져버린 일종의 국물이기 때문이다. ‘비빔’이라는 형식이 현재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고, 따라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2 Comments

  • 김승철 says:

    금년2월죽전우래옥에서먹은비빔냉면의양념이각각자기주장을강하게하는것에억지로그릇을비웠다.그때오장동함흥냉면이따뜻한육수가맛을살렸던기억이났다.비빔의한계를생각했다.단순히함께있는것이이닌화학적결합이조금이라도일어나는비빔을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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