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갓포아키-찬 음식 > 더운 음식
첫 방문에서 방어회 단 한 쪽이 무척 만족스러웠다(하지만 이 분할은…). 반면 볶음밥을 비롯한 더운 음식은 대체로 불만족스러웠다. 간 (볶음밥)이나 질감 (튀김), 익힌 정도가 최적구간에서 반 박자 이상 비껴난 인상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찬 음식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전체의 만족도가 급락할 수 있는데…
다음 번의 방문에서 정말 그렇게 느꼈다. 결정적인 요인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회. 절반 정도는 푸석한 질감 사이로 아무런 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부드러움 사이로 고소함이든 감칠맛이든 또렷하고 탄탄하게 구조를 펼쳐야 되는데 바탕도 제 역할을 못하고 그 위에 펼칠 구조도 없다. 말이 길었는데 ‘무맛’이었다는 말이다. 역시 최적구간을 좀 벗어난 느낌이었다.
찬 음식은 정체성, 특히 맛을 이루는 요소의 대부분을 먹는 이가 주문하기 전에 준비할 수 있다. 어떤 요리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일식에서 회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한층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면 튀김이든 구이든 볶음이든, 뜨거운 음식은 주문을 받고 조리를 시작해 제한된 시간-먹는 이의 인내심은 한정적인 것이므로-안에 정체성을 완성시켜야 한다.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의 이런 차이 및 관계는 감안할때 찬 음식은 다분히 ‘당일 컨디션 저하’의 수준이었지만 더운 음식은 ‘경력 또는 동계 훈련 부족’의 문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아직까지 재방문 의사는 있다.
사족
1. 벚꽃이 한창일 지금은 좀 위험할 수 있지만 근처의 의외로 걸을만한 환경에 로비의 바를 감안한다면 꽤 좋은 식사 코스가 될 수 있는데… 다만 창문 같은 게 하나도 없는 밀폐된 공간인데다가, 객간 공간이 아주 답답한 수준은 아닌 가운데 고객층의 구성이 누군가는 힘들게 할 수 있다.
2. 어란을 뿌린 보리멸튀김을 먹었는데 해물, 특히 흰살생선에 감칠맛이 강한 요소로 방점을 찍는 문법이 효과적일까? 몇몇 요리세계에서는 금기로 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