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맛, 만년설 딸기
백화점 식품 매장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사왔다. 일본의 흰 딸기도 사실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데, 이건 한층 더 맛없어 보였다. 품종과 관련 있는 기본 모양새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큰 기대가 없었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맛이 났다. 더도 덜도 없는 지옥의 맛이랄까. 끊임없이 말해왔으니 일단 내가 먼저 지겨워지는 한국 딸기-과일의 앞에서 팡! 터져버리고 바로 사라지는 단맛이 한층 더 과장되었다. 과연 거기에 더 과장될 여지가 있느냐고? 솔직히 나도 몰랐다. 하지만 먹고 나서야 알았다. 왜곡된 단맛의 블랙홀이 터질듯 꿈틀거리고 (물론 블랙홀은 엄밀히 말해 터지는 존재가 아니겠지만;) 그 뒤에는 찌그러진 신맛이 살짝 몸부림치다가 사라진다.
동계올림픽때 딸기의 품종이나 기원을 놓고 일본과 설전이 있었는데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딸기는 설사 고유품종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의 맛을 바탕으로 삼았으나 실패했음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처음 등장하는 단맛은 더 왜곡된 한편 여운은 짧고, 이후 등장하는 다른 맛도 부실하다. 균형을 간신히, 그리고 치밀하게 유지하는 맛이 파괴되었다.
한 실무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위적으로 맛을 최대한 다듬은 일본의 딸기와 자연스러운 강렬함을 키운 프랑스의 딸기가 각각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는 더 어려운 전자를 따라가다가 실패한 것 같다고. 나도 동감했다. 자연자연 타령을 끝없이 해대지만 사실 과일이 현재 가장 부자연스러운 식재료이고, 그 정점에 딸기가 있다.
태국이나 필리핀등 동남아 관광객이 우리나라 오면 딸기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요? 그래서인지 명동거리를 가보면 딸기를 파는 노점도 꽤 많이 보이고. 그쪽 나라야 말로 온갖 맛있는 과일을 우리나라랑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나라들이잖아요.
단지 동남에 기후에서는 자라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희귀한 과일이기 때문일까요?
뭔 개소리인지… 이게
굉장히 공감합니다- 외국생활을 오래 하면서 가장 그리웠던 한국의 과일 중 하나가 딸기였는데, 작년에 귀국하여 다시 서울에 살게 되면서 원없이 딸기를 먹으며 계속 실망과 실망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ㅜ ㅜ 색과 향은 딸기인데 맛은 괴기한 딸기 모형 식물을 먹는 느낌입니다….
미국 딸기를 드셔보시지 못했구만…. 향은 1미터 바깥에서도 나지만 맛은 그냥 맹물이요. 미국 딸기 먹다가 한국 딸기 먹으면 눈물이 좍좍 뽑힐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