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노 골드의 실의
아… 네. 요즘 잘 나간다는 시나노 골드를 먹은 나의 기분은 정확하게 그러했다. 아… 네. 어쩌면 몇 년 전 올가를 열심히 뒤져 이것저것 먹어 볼 때 한 번쯤 먹어본 것도 같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니 다시 올가에서 개당 3,000원쯤 주고 사먹었다. 그냥 상자째 사려다가 맛이 없으면 골치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들어 몇 개만 사다 먹었는데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아주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일본의 식재료를 들여오는 시도가 의미 없다고 믿는다. 일본의 백화점 지하 같은 데서 닥치는 대로 과일이나 채소를 사다가 숙소에서 먹어보면 헤아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맛의 핵심이자 매력은 최대한으로 잡은 인위적인 균형이다. 모든 요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다듬는다. 음식 이전에 식재료부터 그렇다. 이건 굳이 한국의 능력이 달려서 못한다고 보기 이전에, 일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걸 들여다가 한국에서 내놓으면 그야말로 죽도밥도 아닌 무엇인가가 되어 버린다.
불쾌할 정도로 아삭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스폰지처럼 즙을 많이 머금고 있다. 아니, 사실은 즙이 아니라 그냥 ‘물’이다. 그래서 일단 베어물면 아삭함 같지만 곧 뭉개져 버릴 정도로 깊이가 없다. 아삭함의 표면만 살짝 스치고 흩어져 버린다는 말이다. 질감 뿐만 아니라 맛도 마찬가지다. 단맛이 퍼져있고 그걸로 끝이다. 신맛이나 껍질의 쓴맛은 거의 없다. 물론 시나노 골드는 그런 사과다. 단맛에 비해 신맛이나 쓴맛은 약하다.
하지만 그야말로 한국화된 시나노 골드는 일단 단맛부터 더 퍼져있고 얼개도 튼튼하지 않다. 달리 말해 종자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 그저 튼튼하지 않은 원래의 얼개에 품종 상관 없이 한국의 사과, 아니 더 나아가 한국 과채의 전체가 가지고 있는 맛의 특성을 뒤집어 씌워 버렸다. 또렷하게 서 있어야 할 구조물이 맞지도 않는 질긴 껍데기를 쓰고 갈수록 주저 앉는 형국이다.
과연 새로운 품종이 농가에 새로운 활로를 뚫어 줄까. 나는 그쪽까지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고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믿지만(누구?) 이런 추세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 올 여름에 많이 보이고 비싸게 팔렸던 샤인 머스캇 같은 포도도 똑같다. 지금 품종을 말하고 차이를 논하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 다양하지 않지만 그마저도 똑같다. 복숭아나 자두 같은 과일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이제 그런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 사먹지 않는다. 껍질이 질겨 씹히지도 않는 흑토마토도 있다. 독같은 단맛을 품은 참외나 스테비아의 뭉근한 수박은 어떤가. 이 모두에서 드러나는 맛의 전형은 스스로가 ‘한국적’이라 믿는 것과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그리고 여기까지 내려가면 이는 일개 음식평론가가 변화를 감히 들먹일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시나노 골드 품종의 모든 맛은 동일합니까?
언제 나오는 사과이며 수확 후 5일 이내 먹었을 때의 맛도 위에 쓰신 글처럼 그런 맛인가요?
과수류 3대 요소인 질소 인산 가리 비율을 적절히 조절한 농가의 수확물을 섭취하시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질소 과다의 과수에서 수확한 사과의 맛이 어떤지 아십니까?
글에서 표현하신 맛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질소과다 시 사과의 맛은 그냥 물맛 입니다
제 생각에 그냥 제대로 된 과실을 드셔보신 적이 없으신 건 아닐까요?
품종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지은 농사의 과실을 드신 건 아닐까요
필자는 ‘일본의 백화점 지하’에서 구입 하여 드셨다고 전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를 따라 시마노 골드 역시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샀다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잘못 지은 농사의 과실이 매대에 오르는 것이 잘못 된 것은 아닌지요?
필자는 한국의 올가에서 구매했습니다.
일본백화점은 일본과채의 특성에 대한 설명에 언급된 거구요.윗분이 언급한
질소과다 그런건 첨 알게되었지만 보기에만 그럴싸하고 본질적으로
잘못된 농산물만 접할수 있는것이 우리 시장의 현실이자 한계지요.
이는 근본적으로 필자가 말하는 ‘한국적’인 시장의 수요에서 비롯된 결과겠죠.
소비자 수준이 그정도 밖에 안되니
잘못된 과채들만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대형마트 과일들 사다먹으면
진심 참혹함을 느낍니다.이거나 저거나
달고 달고 달고.달죠.
설탕물 퍼마시는것과 맛은 큰차이가 없는데 죄책감은 조금 덜하다는 차이만 존재하는 현실은 참사입니다.
추가로 거래처 식자재 도매업체 사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이 포도농장을 상대로 설탕을 납품 한다고 하더군요.톤단위로.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 보다는 그래도 뭐라도 고를 여지가 있는 게 낫지 않나요. 혹은 그냥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