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0원 바로 지급
가뭄에 콩나듯 의미 있는 메일을 받는 계정에 요즘 종종 발신인이 ‘50.000원 바로지급’인 메일이 온다. 스팸 메일임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제목만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5만원 씩이나 그것도 바로 지급해주시겠다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신기하게도 제목은 없다. 그냥 발신인만 ‘50.000원 바로지급’이다. 제목란엔 ‘제목없음’이라 쓰여 있다. 내용은 무슨 게임의 링크라는데 물론 맨정신이라면 클릭할 이유가 없다. 그냥 5만원을 바로 지급하겠다는 따뜻한 마음만 깊이 새기고는 스팸 메일함으로 보낸다. 그러나 같은 제목의 메일은 그 따뜻한 마음의 안부가 궁금할 때쯤 또 날아온다. 참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종종 ‘요즘처럼 상태 안 좋은 시기에 그래도 바쁘시다니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이 있고 없음, 또는 많고 적음과 보수의 있고 없음, 또는 많고 적음은 정확하게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또한 글공장을 돌리면 그렇고 그렇다. 때로 보수가 나오지만 꿈만 꾸는 먼 미래일 때도 있다. 그걸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다. 그냥 웃고 만다. 지금 일 몇 가지가 쌓였는데 차마 들춰볼 엄두가 안 나는 형국이다.
차에 가벼운 문제가 생겨서 서비스 센터에 가야만 했다. 요즘처럼 일이 꾸역꾸역 쌓인 시기에 꼭 이래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날씨가 꽤 봄 같아서 창문을 열어 놓고 좀 달렸다. 그런데 이번 봄은,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숙제의 계절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별로 즐겁지 않았다. 원래 지금쯤은 즐거운 마음으로 숫자를 세고 있을 시기다. 곧 3월이다, 뭐 이런 마음으로. 딱히 그 3월에 기대할 만한 건덕지가 설사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그런데 올해는… 50,000원 바로 지급의 따뜻한 마음에 기대어 버텨 보고 싶은데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