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복귀의 어려움
늦어도 8시 30분엔 일어난다. 콘프레이크와 콘프로스트를 3:1쯤으로 섞은 시리얼 한 그릇을 대강 말아서 컴을 켜고 앉는다. 입에 넣으며 어제 했던 일을 상기하거나 ESPN 같은 사이트를 들여다 본다. 9시쯤 시작해 1시간 일-30분 휴식의 패턴으로 오전에 두 시간 정도를 채운다. 계란 세 개에 소금을 15분 전 쳐 두었다가 크림을 좀 섞어 만든 오믈렛에 식빵 한 쪽, 우유 1컵으로 점심을 먹고 밖에 나가 2km쯤 걷고 커피를 한 잔 사온다. 집에 들어와서 환기를 잠깐 시키며 청소기를 돌린다.
2시쯤 다시 1시간 일-30분 휴식의 패턴으로 6시까지 일한다. 대략 4~5시간의 순수 근무 시간을 채우고 저녁을 먹는다. 내키면 구몬은 저녁 먹기 전에 하고, 이후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대로 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바로 옷을 챙겨 입고 5km쯤 걷는다. 그 과정에서 자질구레한 쇼핑 또는 장보기도 같이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팟캐스트 만들 책을 읽거나 공책에 뭔가를 좀 쓴다. 11~12시쯤 이후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누워 있다가 잔다.
이게 평범한 일상의 패턴인데 복귀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뭔가 연속으로 마감을 했다고 그랬는데, 그 뒤 지난 주 내내 헤맸다. 주중에 거의 일을 못했다. 결국 일요일 낮에 내내 자고 밤에도 내내 잔 뒤 월요일 정오에 일어나서야 일종의 위기 의식을 각성제 삼아 정신을 차렸다. 일상이 일상처럼 돌아가지 못하면 삶의 피로감은 가중된다. 사람구실을 못한다는 자괴감이 계속 커지면 악순환을 끊기가 어려워진다. 일요일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지 않았는데, 이건 아마도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스스로 그랬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이럴 때는 일단 시각에 상관 없이 정해진 양의 일을 최대한 채우는 방법으로 회복을 시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의 카드를 꺼냈다. 조커랄까. 아주 큰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만들어 놓고 나니 영락없는 회사 구내식당 같은 메뉴로 밥을 먹고 밖에 나가 좀 걸었다. 참으로 무서운 날씨였다.
날씨 탓을 해봅니다. 분명 숫자로 측정되는 기온은 그렇게 별나지 않았던 겨울인데, 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움은 더했던 것 같습니다. 봄이 오면 좀 나을거라고 다독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