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두자미- 끝나지 않는 케이크 대참사
아주 오랜만에 가로수길의 두자미(Deux Amis)에서 케이크를 사왔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기울였던 때가 2015년 말 올리브 매거진의 디저트 옴니버스 리뷰였을 것이다. 기억이 맞다면 별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사실은 그 자체로도 시원치는 않은 가토 드 보야쥬의 컨설팅을 거쳤다고 들었고,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해 최근 들러보았다. 두 쪽을 사고 포장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았는데, ‘칸막이가 없으니 조심해서 들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칸막이가 아예, 전혀 없다는 말인가? 하여간 묻지 않고 가져왔는데 역시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고민한다. 과연 글을 써야 하는가? 요즘 인공지능으로 기사를 쓰는 시도가 한창이라던데 이러한 종류의 사건사고가 아마 그런 시도에 딱 들어 맞을 것이다. 위치와 상호, 사건 정도만 입력하면 알아서 써 준다. ‘케이크 또 박살.’ 굳이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지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글 쓰는 재미도 없다. ‘또 트집을 잡는 것이냐’는 비난도 나올 수 있고 전혀 반갑지 않다. 불행에 대해 쓰는 일이 어찌 행복할 수 있는가.
그래서 주말 내내 고민했다. 과연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그런데 2017년이다. 미쉐린 가이드라는 것도 들어왔고 두자미의 케이크는 한 쪽에 8,000원이며 변두리의 이름 없는 곳도 아니고 가로수길에서 오래 장사한 매장이다. 게다가 내가 들은 게 맞다면 운영자는 건물주라고 한다. 무슨 상관이냐고? 파는 케이크에 칸막이를 쳐 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가, 적어도 임대로 운영하는 매장보다는 조금, 아니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다. 왜나면 그 또한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관용 창고부터 직원 교육 등등, 그 모든 게 돈 아닌가.
하지만 칸막이는 전혀 쳐지지 않았고 케이크는 쓰러져 뭉개졌다. 과연 어떤 여건에서 이 케이크가 칸막이 없이 제 모양대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설사 차로 나르더라도 예기치 않은 급정거 한 번이면 끝이다. 무엇보다 나는, 만들어 파는 이들이 칸막이의 존재나 필요성을 모른다고 생각하기 않기 때문에 화가 난다. 한국의 케이크는 아주 높은 확률로 이웃 일본의 영향을 받고,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떤 케이크를 사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덧붙인다는 걸 대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이마저도, 2017년에, 서울의 가장 번화한 곳에서 영업하는 업장에서,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럼 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지갑을 열라는 이야기일까. 왜 스스로 격을 낮추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공정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이번에 먹은 케이크는 지난 번보다는 나았다. 섬세한 맛의 켜가 존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먹고 기분 나쁘지 않을 수준은 된다. 하지만 이런 포장까지 감안한다면 8,000원짜리라 볼 수는 없다.
진열장의 사진을 올릴 테니 비교해보시라. 사진에서 몽블랑에게 ‘헤드 버팅’을 당해 뭉개진 케이크가 바로 저것이다. 그나마 진열장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케이크가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다. 최소한의 칸막이라도 쳐 놓았다면 ‘소홀하게 운반한 구매자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냥 무방비 상태로 내놓는다.
하긴 서울에서 가장 고급이라 할 수 있는 신라호텔 베이커리에서조차 칸막이를 전혀 하지 않는 현실이라면, 다른 일개 개인 업장에서 그보다 섬세한 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종 엠오 같은 곳이 존재한다. 맛을 논하기 이전에 적어도 배운 대로 칸막이는 열심히 쳐준다. 게다가 가격도 이런 곳과 크게 차이나지 않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맛없음에 때로 정말 질식해 죽어버릴 것만 같고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맛없음이 굉장히 큰 비율 및 확률로 의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알면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어한다. 격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사회가 망해가고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크고 거창한 이유들이 사소하다면 한없이 사소할 케이크의 칸막이 부재와 연결 안 되어 있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디테일한 면면이 망한/망해가는 이 나라의 현재입죠.
그나저나 정말 왜 저러는 걸까요? ‘케이크 칸막이를 만들지 마. 손님들 빡치게.’는 아닐 건데……;
꼭 뭐든 정치얘기로 엮어버리는 사람이 있다니까 ㅉㅉ
뭘까 이 졸렬한 아이디와 한심한 내용은… ㅋ
간장 두 종지가 생각나는 기사네요
간장 기사는 조선일보 주말판이었죠.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가 자기 블로그에서
본인 전문분야에 속하는 업장의 문제에서 출발해 요식업계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과 선임기자가 주말판 지면에 자기 식당 갔다가 기분 상한 얘기를 쓴 건 좀 다르지 않나 싶네요…
그렇네요. 그리고 다시 오길 기대하는 걸까요? 망가졌다고 하면 뭐라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가서 물어볼까요.
물가가 도쿄 수준인지 오래인데 서비스의 질이 구려요. 이런 건 감정 노동 하라는 것두 아니고 그런데. 이런 글 많이 퍼져서 맛난거 좋은 거 많이 받고 살 수 있으면 좋지요.
그러니까요. 감정 노동을 해 달라는 이야기도 아닌데요. 좀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라 페이스트리부티크는…라이브러리에 자주 가는 편이고, 페이스트리 부티크 케잌을 라이브러리에서 못먹게해서 자주 포장해 오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운이 좋았는지 포장해주는 직원을 잘 만난건지 늘 가로막이가 잘 되어 있고 테이핑을 꼼꼼히 해줘서 심지어 박스에서 꺼내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신라 케잌 대참사는 제게는 꽤나 의외네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럼 저런 불상사를 겪은 사람이 소수라는 의미니까요.
뒤늦게 외식의 품격 읽고 블로그 발견해서 열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식 씬 참 재미있죠 ㅎㅎ 기본이 안되어있는 곳은 많은데 가격만 계속 높아지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