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빌리프커피 로스터즈-맛없음의 희망
맛없고 싼 배합 같은 원두를 대강 추출해 뜨거운 물에 옅게 섞어, 매장에서 마실 것임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않은 채 종이컵에 담아준다. 전 과정이 10분은 족히 걸렸다. 서교동 빌리프커피로스터즈의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다. 화장실에 가려고 지하로 내려가니 황홀하다고 해도 좋을, 공연장으로 쓰면 딱 맞을 공간이 펼쳐져 있고 놀랍게도 그 안에 로스터리마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커피가 이렇게 맛없을까. 뭐랄까, 맛없음의 희망을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우리에겐 맛없음이 일상이야. 그러니 어쩌다 발견하는 맛있음, 제대로 됨, 완성도 높음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 항상 경계하자. 정신줄을 놓지 말자. 솔직히 웬만큼 맛이 없으면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데, 이 커피는 애초에 어느 한 요소도 제대로 내놓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이 대강대강 준비한 것의 집합체 같아 새삼 불쾌했다.
맛없는 커피는 여전히 많지만 그 결이 요즘은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맛없음’이랄지, ‘다섯 가지는 잘 맞출 수 있는데 한 세 가지쯤이 부족한 맛없음’이랄지 말하자면 진행형 같은, 추이를 지켜보고 싶은 맛없음 말이다. 그런데 이건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그렇지 않고 싶어하는, 완성된 맛없음이었다. 두 모금 마시니 더 이상 입을 댈 수 없었다. 상호가 ‘빌리프’라 더 아이러니했다. 이런 커피가 좋거나 좋아지거나 좋아지고 싶어하는 커피 열 잔을 연속으로 마신 다음 품을 수 있는 믿음을 깨는 것일텐데. 웬만큼 맛없으면 글 쓸 생각도 없는데 정말 큰 일 한 거다.
이게 참,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막 하는 곳들이 거의 전부에 가까울 정도로 팽배해 있으니 괴롭다고 하기도 힘든….
어지간하면 처참한 리뷰를 보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정도면 도전하러 가보고 싶을 정도네요…
아닙니다 굳이…
전 매장에서 마실 건데 물어보지 않고 종이컵에 주는 곳이 제일 싫더군요.
저도 정말 가보고 싶어지네요. 고도의 프로모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거기서 에스프레소 내리다말구 손님이랑 농담 따먹기하다가 타이밍 놓친 커피를 그대로 내어 놓는 걸 보고 어이 상실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