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모토무라(牛かつ もと村)-규카츠를 이해하려는 노력

img_5756
규카츠의 기본 구성에는 130g짜리 튀김이 한 덩이 딸려 나온다. 그래도 200g은 먹어야 균형 맞는 식사일 거라 생각이 들어 두 덩이를 주문했는데, 첫 번째 덩이를 한두 조각 남겨 놓은 시점에서 결정을 후회했다. 굳이 그만큼 먹을 필요가 없는 음식이구나…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질려서 더 먹기가 어려웠다.

일정 수준 먹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기는 했다. 익히지 않은 고기를 대체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특히 지방이 촘촘하게 개입하는 쇠고기라면 익힌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맛 차이는 크다. 과연 겉의 크러스트가 얼마만큼의 완충 작용을 해 줄지 궁금했는데, 그럭저럭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건 한 덩이까지라는 결론을 몸으로 얻었다.

img_5751쉽지 않은 체험이었다. 본격적인 식사시간을 비껴난 시각에 찾아갔는데, 1호점에선 60-9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뭐야, 대기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라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9석. 포기를 고민하다가 자리가 좀 더 많다는 2호점으로 옮겨 역시 45분쯤 기다리고 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줄 서서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참으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일단 조리상태부터. 고기가 딱히 두껍지도 않다. 반면 겉은 색이 꽤 진하게 돈다. 하지만 속의 고기는 하나도 익지 않았다. 어떤 조합 덕분에 가능한 상태일까. 어차피 속을 익힐 필요가 전혀 없으므로 아주 높은 온도에서 잠깐 튀긴다? 아이스크림도 튀겨 내는 일식의 세계라면 쇠고기 쯤이야 겉만 튀겨 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익지 않더라도 내부의 온도는, 튀겼다면 이보다는 높지 않을까? 온도계로 찔러보지 않았으니 정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튀김이라는 조리 방식을 거친 재료치고 온도가 높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겉은 색이 짙게 돌도록 튀기지만 속은 전혀 익지 않도록 일정 수준 냉동이라도 하는 걸까?

img_5752속을 전혀 익히지 않은 튀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 의아했지만 한편으론 말이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타다키’로 통하는, 겉만 살짝 익히는 조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 어쨌든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한 맛의 켜가 생기고, 팡코 빵가루를 입혀 튀겼으므로 질감의 대조는 타다키보다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 그럼 충분한 것 아닌가? 하지만 한 조각을 거의 다 먹는 수준에서 먹는 즐거움은 증발하고 남아 있지 않았다. 음식점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각 자리에 달군 돌을 비치해 원하는 만큼 조리를 더 해 먹을 수는 있다. 잘린 단면을 붉은기가 가실 때까지 돌에 올려 두었다가 먹는다. 그럴싸하지만 사실 이 조리는 날것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지 고기를 분해시키기 위한 건 아니니 크게 의미는 없다.

어쨌든 두 덩이를 ‘완주’하며 고기의 맛과 질감에 주목했다. 이것은 과연 고기와 튀김의 힘만으로 일궈낸 음식일까. 익히지 않은 고기라 분명 쉽게 질리지만, 치고 올라오는 맛은 고기와 치아의 상호작용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보기엔 진했다. 질감 또는 감촉도 마찬가지. 대체 지방이 분해될 수 없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꽤 매끈하며 부드럽다. 대체 이건 어떤 음식인 걸까.

아주 자세한 답을 얻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익히지 않은 고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말이지, 익힌 고기보다 맛있다는 말은 아니니까. 그래서 ‘대체 이걸 왜 익히지 않고 먹을까?’라는 물음의 답은 ‘그런 것도 존재하면 나름 신기해 보이므로’ 정도로 충분할 것 같고, 그렇다면 굳이 그걸 몸소 확인하기 위해 대기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가 번거로움을 몸소 감수하며 내린 결론이다. 물론 모든 음식 먹는 목적이 맛일 수는 없고, 또한 인증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요즘이니 먹겠다면 아무도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서서 기다리는 동안 들을 수 있는 게 온통 모국어라면, 사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굳이 이곳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진정 없는 건 아닐까. 일본이라서 갖출 수 있는 기본 완성도가 방벽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오히려 그탓에 음식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3 Responses

  1. B says:

    음식점 이름이 틀린 것 같습니다.

  1. 10/03/2016

    […] 규카츠가 소위 ‘인증’의 재미만 안겨줄 뿐 음식으로서 본질적인 기능을 못할 수 밖에 없는 개념적 결함을 지녔다면, 이런 돈가스는 인증 따위는 전혀 상관 없지만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우에노 역 근처에서 가챠나 뽑으며 돌아다니다가 돈가스가 생각 나 다베로그를 잠깐 뒤져 찾아간 곳이다. 로스 또는 히레가스 750-950엔 수준. 그야말로 주문과 동시에 1.5cm는 족히 될 등심을 꺼내 계란물과 빵가루를 입히고 묻혀 튀긴다. 시간을 재보지 않았지만 5-10분 사이에 돈가스가 식탁에 오른다. 그야말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촉촉하다. 가장 뻔한 표현이 또한 가장 아름답게도 잘 들어 맞는 음식이다. 고기의 두께를 감안하면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