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우에노] 야마베(山家)-훌륭한 돈가스와 음식-주방 시스템의 관계

img_5683규카츠가 소위 ‘인증’의 재미만 안겨줄 뿐 음식으로서 본질적인 기능을 못할 수 밖에 없는 개념적 결함을 지녔다면, 이런 돈가스는 인증 따위는 전혀 상관 없지만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우에노 역 근처에서 가챠나 뽑으며 돌아다니다가 돈가스가 생각 나 다베로그를 잠깐 뒤져 찾아간 이다. 로스 또는 히레가스 750-950엔 수준. 그야말로 주문과 동시에 1.5cm는 족히 될 등심을 꺼내 계란물과 빵가루를 입히고 묻혀 튀긴다. 시간을 재보지 않았지만 5-10분 사이에 돈가스가 식탁에 오른다. 그야말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촉촉하다. 가장 뻔한 표현이 또한 가장 아름답게도 잘 들어 맞는 음식이다. 고기의 두께를 감안하면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였다. 물론 일본의 전반적인 수준을 감안하면 평균에서 조금 웃도는 수준 아닐까. 고기와 비계가 만나는 경계선의 질감이 특히 절묘했다.

살짝 꺾인 ㄱ자형 바만 놓인 공간으로, 주방이 완전히 열려 있어 먹는 만큼 요리사 포함 직원들의 움직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6석을 요리사 둘, 서버 둘의 4인이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젊은 요리사가 튀기면 나이 많은 요리사가 검수하고 다른 요소를 더해 낸다. 눈대중으로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쯤 되는 직사각형 공간에서 네 사람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img_5684식종 가격 불문 요리사든 서버든 움직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효율적이면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곳 또한 그러했다. 음식과 움직임 모두를 감상하면서, 숙련도 등 개인의 차이 뿐만 아니라 음식의 성질과 그로 인한 주방 시스템 또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간의 복지와 공간의 질은 당연히 관련이 있고, 공간의 질 가운데 일정 부분은 면적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주방이 너무 좁다면 운신의 폭 또한 좁아지니 불편해지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넓은 게 좋다고 볼 수도 없다. 요리, 특히 음식점의 그것은 무수한 반복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질 수록 피로도 비례해 더 쌓일 수 있다. 그래서 면적은 물론 조리 기기 배치 등의 계획이 (어느 공간은 안 그러겠느냐만) 굉장히 중요하다. 주방 공간만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업체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음식의 조리법 또는 그 구성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돈가스라면, 실시간 조리는 튀김이 전부다. 양배추는 미리 채쳐 두고, 미소국 또한 팔팔 끓여내는 것이 아니므로 각 주문자에게 나가는 분량을 새롭게 가열할 필요가 없다. 밥도 한꺼번에 일정량을 지어 보온 상태에서 낸다. 조리법을 포함한 음식의 특성이 조리 도구, 재료의 가짓수 등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조리 및 저장 기기를 포함한 주방 전체의 공간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img_5685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효율적인 주방에서 튀긴 돈가스라는 음식을 먹으면 새삼 한국 음식의 시스템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궁금증은 두 갈래다. 첫째, 돈가스처럼 서양의 요소를 받아들여 한국화한 음식이 존재할 수 있을까. 둘째, 그런 요소가 궁극적으로 주방의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 번째는 별도의 글이 필요할테니 넘어가고, 두 번째는 김치와 장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조금씩 쓰는 장류보다 맵고 짜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김치가 더 큰 걸림돌이다. 맛이 지속적으로 변하면서도 최적구간이 짧다. 따라서 일반적인 저장공간도 아니고 온도 조절이 확실하게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설사 저장이 잘 되더라도 한꺼번에 많은 양이 소비되니 꾸준히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음식점의 공간 확보 부담도 커진다.

한편 바로 그 김치가 상징하는 반찬 문화 또한 돕지 않는다. 많이 내야 좋아한다. 재료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릇을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펄펄 끓여 내야하는 국을 위해서는 일정 수 용기(뚝배기)를 위해 각각 한 개씩의 화구를 갖춰줘야 한다. 결국 작은 주방에서 조리가 어렵고, 온도까지 감안하면 식사 공간 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열린 주방은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헤아리고 보면 이는 결국 비효율일텐데, 그런 비효율을 감안하면서도 먹을 만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한식은 헛심을 너무 쓰는 건 아닌가 우려한다.

*사족: 음식의 상품성은 결국 맛이 있을 때 완성되는 것 아닌가? 상품성만 좋고 맛이 없는 음식은 불완전하다. 규카츠 얘기다.

2 Comments

  • 나녹 says:

    읽고 있으니 10년도 전에 자주 다녔던 홍대입구역 지하상가의 가게가 생각나네요. 카운터에 앉아 주문을 하면 주인아저씨가 고기 끝에 꼬챙이를 꿰서 슉슉 밀가루-계란-빵가루 입히고 몇 분 안에 튀겨내주던 기억이 납니다. 가격이 5000원도 안 했는데 다녀오신 곳도 정말 저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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