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솥닭-작은 닭과 염지의 부재, 경발원의 깐풍기
잘 해야 1kg를 간신히 넘기는 한국 닭은 차라리 통으로 조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어차피 성질이 다른 근육이나 말단부의 과조리를 감수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반으로 갈라(spatchcock) 통구이해 파는 음식점도 등장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대안이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파는 ‘맑은 솥닭’은 그 노선을 성공적으로 취했다. 과조리가 분명한 온갖 치킨이 바삭하다며 잘 먹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닭이 튀김옷을 입고 보호를 받았다는 느낌이 좀 든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간은 아쉽다. 닭 자체에는 전혀 안 되어 있다. 고추장+케첩 바탕으로 기본적인 양념치킨 소스와 흡사한 소스가 따라 오지만 간보다 촉촉함을 보태주는 측면에서 더 유용하고 맛도 어울리지 않는다. 말하자면 소금간만 잘 되어 있어도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치킨이다. 아니면 이런 양념보다 차차리 케첩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염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간도 맞춰주지만 근섬유에 촉촉함을 불어 넣으니 과조리도 막아준다. 사실 한국의 작은 닭에는 좋은 해법이다. 그러나 이마저 공업적 처치 취급을 받고 있다. 깨끗하고 단순한 맛이 최선은 아니다. 이 치킨은 그나마 정말 그런 축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한식은 그렇지도 않다.
*사족: 트위터에서 경발원 깐풍기 이야기를 잠깐 들어서 덧붙이자면, 그곳 유명세의 기폭제와 같은 깐풍기는 잘 만든 음식이 아니다. 처음 먹고 쓴 글에는 호의적으로 평을 했지만, 이후 더 먹어보고 계속 생각해 낸 결론은 그렇다. 닭을 튀김옷 없이 그대로 튀긴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100% 과조리를 유발한다. 튀김옷 없이 튀기는 경우에도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껍질의 기름기를 빼어 바삭하게 만들거나, 고기 자체에 마이야르 반응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경발원 깐풍기의 닭고기는 그 둘이 별로 없으면서도 과조리가 되어 있다. 온도와 시간의 조건 가운데 어떤 것이 맞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호평을 하셨다는 말에 신기해서 링크된 경발원 글을 읽어봤는데, 그렇다면 이 리뷰도 호평에 속하겠군요! 지금 미국에 있어서 쓰신 리뷰들을 읽으며 음식 맛을 상상하곤 하는데, 한국 가면 맑은 솥닭도 한 번 먹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