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무삼면옥-6개월만의 재방문
얼마전 무삼면옥을 다시 찾았다. 6개월 만이던가. 근처에서 점심을 낀 모임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갈 생각은 없었다. 맛을 떠나, 아니 맛 때문이었다. 이곳의 냉면을 먹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막상 아무데나 가려고 하니 갈 곳이 없었다. 결국 1km쯤 되는 길을 걸어 재방문. 점심시간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는데도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일행의 표현을 간접적으로 빌자면 ‘방망이 깎는 노인’의 움직임으로 말아 내온 물냉면은 적어도 실행면에서 훌륭했다. 지난 여름 평양냉면을 집중 리뷰하면서 언급한, 온도로 인해 품는 긴장감이 훌륭했다. 여전히 더운 날씨에 1km 남짓 걸어간 상황이었으니, 면과 국물의 온도 및 질감 조합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편 맛 자체는 6개월 전에 비해 달라졌다. 잡맛이 줄었는데 그 결과 표정도 더불어 없어졌다. ‘색깔과 무관하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냉면 육수(…)’랄까.
한가한 틈을 타 가게 사람들이 강황만두 빚는 광경을 잠깐 보았다(솔직히 강황이 그다지 긍정적인 역할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맵다). 저울을 놓고 하나씩 달아 확인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곳의 음식에 대한 평가는 지난 번과 같다. 음식이 곧 강경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철학의 구현이니, 그걸 고수하는 한 음식에 대한 평이 웬만해서는 바뀔 수 없다. 존중은 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는다. 설탕, 조미료, 색소의 부재와 이곳 음식이 일관성 있게 지닌 밋밋함은 불가분의 인과관계로 얽혀 있지 않다. 다른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그 실마리가 여태껏 일반적으로 한식의 맛과 그 구현의 방법론이라 여기는 영역을 벗어나 존재할 수 있다. 습관의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면 벗어나기가 어렵다. 따라서 무삼면옥의 음식이 달라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육수의 맛이 변할 수도 있고, 미세조정은 계속 할 수도 있지만 역시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음식 자체의 평가는 고수할 수 밖에 없지만, 맥락 속의 좌표 지정에는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치에 대한 조정 말이다. 현재 존재하는 99.9% 음식과 맛의 안티테제로서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감안하는 것이다. 가끔 먹어보고 현재 한식의 나쁜 습관을 적나라하게 비쳐 보여주는 거울로서 가치를 준다. 이곳의 냉면이 충격파를 안긴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충격파의 상대적인 강도에 대해 생각해 볼 동기를 부여한다면 그것이 무삼면옥의 제 역할은 아닐까.달리 말해, 평소에 먹는 음식의 간이 쓸데없이 센 것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할까. 자욱하지만 핵심은 찌르지 못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주인장의 정확한 이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다만 이 냉면의 핵심일 강박과 결벽은 환멸의 산물처럼 보인다. 주인장이 무삼면옥을 차리기 이전에 거쳐온 음식과 인생의 역정 속에서 느낀 환멸 말이다. 그래서 현존하는 음식에 대한 주인장의 ‘가운뎃손가락’이 냉면으로 화한 것. 다만 그렇게 덜컥 믿어 버리기에는 완전히 걷어내 버린 다른 요소에 비해 고춧가루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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