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왕과 한국 입맛 체계의 고착화
나에게는 아직 한 봉지의 짜왕이 더 남아 있다. 따라서 언젠가 레시피를 100% 엄정하게 준수해 끓여 먹어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딱히 그러고 싶지 않다. 첫 시도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짜왕이 신라면마저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했는지 알겠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이 라면이 싫다. 한마디로 달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급식 짜장 맛’이라고 묘사했는데, 아주 적확하다. 달기보다 들척지근하고, 그래서 요즘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의 맛과 굉장히 비슷하다. 홍콩반점에서 짜장밥이나 면을 먹어보라. 백종원이 잘 뽑아내는 그 단맛과 짜왕의 맛은 핵심이 같다.
세상은 넓고 라면은 많으며, 짜파게티가 있으니 나는 짜왕에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짜파게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라면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 라면의 출현과 인기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나는 언제나 대량생산 식품의 가치는 모사고, 특히나 라면은 한국 음식 가운데 가장 뛰어난 모사력을 가진 것이라 여겨 왔다. 그걸 감안할때, 짜왕의 출현은 원래 우수한 라면의 포트폴리오는 물론, 이젠 대세라 할 수 있는 단맛 위주의 한국인 입맛 체계를 공고히 다지는 역할을 한다. 유행하는 맛을 제대로 흉내내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에 불어 넣음으로써, 역으로 유행하는 맛의 세력 확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국 음식이, 짜장면이 갈수록 얼마나 달아졌는지 생각해보라. 이를 반영 및 모사한 라면이 나왔다는 건 이런 맛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인증하는 셈이며, 또한 이를 통해 그 체계가 한층 더 확고해질 것이다. 매운맛의 득세를 생각해보면 단맛이 이렇게 세를 불리는 것도 것도 전혀 놀라울 게 없다.
저도 짜왕이 별로 맛있진 않더군요.. 간도 이상하고 면발도 애매하고 ㅠ.ㅠ 차라리 짜파게티가 나은 듯..
농심에서 새로 내놓은 굵은 면발만은 의미가 있는 듯 했습니다…..
한번 수고로우시겠지만… 짜왕의 면에 짜바게티의 분말스프를 이용해 보시는것도…^^;;
(물론 면을 익히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메릿이 많이 있진 않지만…)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좀더 쎄게 볶은듯한 스프맛에 단맛.. 짜파게티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다는 그말이 정말 동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