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산왕반점-맛내기의 전략과 역량 투입의 문제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곳에 대해서는 글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다른 글의 전편 역할을 할 수 있게금 올려야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맛내기, 또는 조리의 총체적인 전략이다. 이 글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조리에는 전략이 필요한데, 그 전략이라는 것은 사실 맛내기를 포함 굉장히 광범위한 범위를 아우른다. 파는 음식을 위해서는 한마디로 ‘팔아 먹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달리 말해 만드는 이가 ‘딱히 맛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많이 팔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전략은 맛내기보다 더 넓은 영역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수정된다.
짬뽕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생산자는 극단적인 경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미리 끓여둔 국물을 면에 붓고 미리 삶아둔 싸구려 해물을 수북하게 쌓아서 내는 경우 하나와, 건더기는 딱히 많지 쓰지 않지만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볶다가 끓인 국물을 부어 내는 경우다. 물론 후자가 언제나 맛을 보장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의 100% 맛이 없을 전자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더 있다. 하지만 과연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는 둘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가? 나는 전자라고 보는데 이는 반찬문화가 대표하는, 집합적으로는 결국 양으로 치환하는 음식을 선호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좁은, 15석 남짓의 작은 중국집에서 6,000원짜리 짬뽕 주문을 받고 재료 볶는 광경을 목격하고서는(이곳 주방은 완전히 열려 있다. 공간 자체가 넓지 않아 가릴 만큼의 면적도 안 나오기 때문),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짬뽕을 시켜보았다. 짬뽕이 6,000원일때 바로 볶아 끓인 국물을 내오기를 바라느냐고? 그렇지 않고, 사실 그게 내가 웬만해서는 짬뽕을 시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그 좁아 터진 주방에서 어쩔 수 없이 느린 속도(남성 1명이 요리 전반을, 여성 1명이 접대와 만두 빚기 등을 맡는다)로 돌아가는 조리의 풍경을 지켜보니, 굳이 저걸 볶아서 내겠다는 결정이 만드는 이의 의지와 관계 있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짬뽕 말고도 세 사람이 오향장육과 멘보샤 (새우빵), 그리고 물만두를 나눠 먹었다. 엄청나게 잘한다고 볼 수 없지만, 적어도 만드는 이가 알고 있는 만큼을 다 쏟아부어서 음식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확하게 의도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고 또한 바라지 않지만(그럼 주문이 엄청나게 밀릴 테니까), 만두는 주문과 동시에 빚어 내준다. 6,000원짜리 식사류랄지, 만원대 중후반 대의 요리에 큰 기대를 품지 않는다. 다만 만드는 이가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그것을 가격대의 맥락에 맞춰 적절하게 녹여낸 수준이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맛내기의 전략을, 가격대에 맞춰 생각해 낸 답을 기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그럼 굳이 짬뽕에 질겨서 씹기조차 힘든 해물을 쌓아 내올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건 물론, 아주 큰 비중으로 소비자의 기대에 책임이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전혀 없이 음식을 대할 것인가? 그러한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이 다음 번에 올라올 글에서, 그러한 문제를 한 번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