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도모-고민의 흔적
지난 주 트위터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는 신정동의 카페 도모의 케이크. 정확히 구분하자면 카페에 직접 가서 먹은 건 아니다. 모처에서 그 케이크를 납품받고 있어서, 그곳에서 사진의 딸기 쇼트케이크를 포함, 롤케이크와 크레이프 케이크, 레어 치즈케이크의 네 종류를 먹어보았다. 한마디로 아주 훌륭하다. 무엇보다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모두에게 익숙하리라 믿는데, 이러한 케이크는 일본식이다. 이 카페의 주인도 일본에서 배워와서 만드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배운 그대로 만들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일단 재료가 다르고, 사실 테크닉에도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산지사방에 널린 일본식의 밋밋한 케이크가 고민없는 재현의 결과물이다.
예전의 글에서, 생딸기를 무식하게 채워 넣는다고 좋은 케이크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질감도 맛도 바탕인 케이크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크는 인공적인 결과물이므로, 딸기 또한 가공을 거쳐 거기에 맞춰야만 한다. 요즘 (한국) 딸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인공적인 맛을 내고 있는 현상 또한 문제다. 크림도 딱히 풍성하거나 고소하지 않다. 이런 차이를 인식하고 계속해서 디테일을 조절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 딸기케이크는 그런 흔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단맛이 적당히 치고 나오며, 생딸기는 적당히 방점을 찍어주는 수준으로만 썼다. 수플레 바탕의 시트를 쓴 롤케이크는 (그다지 엄청난 찬사는 아니겠지만) 도지마롤보다 훨씬 낫다.
굳이 수치화를 한다면, 파는 물건이라면 적어도 90정도의 완성도를 보장한 채로 손님 앞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그 위에서 나머지 10으로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게 사실 100% 생계형 장사라면 추구하기 쉽지 않다. 현상유지에 주력하느라 연구개발에 쏟아 부을 여력도 없고, 성장의 폭도 좁아진다. 또한 이런 종류의 케이크는 너무나도 일반적인 종류이므로 나머지 10을 찾을 여지조차 없을 가능성도 있다(맛은 있지만 재미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90이라도 확보한다면 이 50~70의 존재가 80의 코스프레를 하는 이 세상에서 존재가 두드러진다. 도모의 케이크가 그렇다.
그 모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애초에 이름을 밝히고 싶으면 왜 ‘모처’라고 썼겠습니까.
1월에 청담/대치동으로 이전한다고 하더군요. 현재는 닫은 상태.
아 그렇군요. 닫은 건 알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