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케이크의 이상형 재고해보기

지난 금요일, 분당에 갔다가 올라오는데 지하철에서 케이크 한두 쪽 들어가는 종이 상자를 들고 2, 30대 여성이 지하철을 탔다. 엄청나게 만원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한 손으로 상자를 쥐어야 하는지라,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은 없지만 본인은 다소 불편해보였다. 수고스럽다면 수고스러울 상황인지라, ‘이렇게 집에 가져가서 먹을 케이크라면 맛있어야 할텐데’라며 상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스케이크더라. 마침 이번 말고 지난 번 분당에 들렀을때 눈에 들어와 충동적으로 딸기 케이크를 한 번 먹어보았다. 물론 4,000원대라 기대는 전혀 없었지만 딸기 ‘쨈’ 케이크라 부르는게 맞을 법한 가짜의 맛이었다. 단면을 보라. 그나마도 박하기가 그지 없다. 물론 그 상자 안에 든 게 딸기 케이큰지, 또 매장마다 수준이 다른 케이크를 파는지는 잘 모르겠다.

케이크 좋아하고, 또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 케이크인지라 그 둘을 합쳐놓은 딸기 케이크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제누아즈 사이에 딸기를 넣고 생크림을 바른 케이크가 정말 이상적인 딸기 케이크인지는 재고해봐야 한다. 크림도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딸기다. 일단 맛부터 생각해보자. 딸기에서 딸기 우유맛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맛이 거의 없고 무르다. 입에 넣고 씹으면 앞에서 단맛이 잔뜩 퍼지지만 그리고 끝이다. 신맛이 없으니 여운도 없고 허무하다. 이건 케이크라는 맥락보다는 과일 자체의 문제니까 일단 넘어가자.

두 번째는 케이크에 넣는 방식이다. 당연히 생으로 넣는데, 질감과 맛 양쪽 측면에서 모두 케이크의 나머지 재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문제는 어중간함이다. 질감을 따져본다면 크림이나 시럽으로 촉촉함을 더한 케이크보다 더 단단하다. 따라서 포크로 부드럽게 잘리지 않는다. 맛의 측면에서는, 달긴 달되 정제와 압축된 단맛인 설탕을 넣고 만든 나머지 재료에 비하자면 역시 딸린다. 게다가 신맛이 없으므로 많이 넣으면 전체의 맛을 일차원적으로 만든다. 게다가 과육의 수분 함유량이 높으므로 곧 물기가 배어 나온다. 이런 케이크가 얼핏 좋을 것 같지만 사실 큰 의미도, 맛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저 한스의 딸기 케이크가 속에 든 재료를 뺀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딸기는 정서적으로 주는 만큼 맛의 만족감도 주지 못한다. 차라리 설탕을 넣고 끓여 수분을 날려줌과 동시에 맛을 더 압축시켜줘야 한다(즉 콤포트 compote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 그래야 전체의 질감도 일치한다. 번거로울 것 같지만 맛의 조절이 가능하며, 냉동과일을 쓸 수 있으므로 철을 훨씬 덜 탄다(단가는 노동력 대 재료의 비율을 정확히 몰라 속단하기 이르다.) 찾아보면 은근히 생과일을 디저트에 큰 비율로 쓰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디저트는 짠맛의 음식에 비해 인위적인 가공의 비율이 높은 음식이므로, 자연 상태에 가까운 과일을 그대로 쓰면 맛과 질감 양쪽 측면에서 모두 겉돌 수 밖에 없다. 종종 더 있어보이라는 의도인지 크림 브륄레 등에 올리는 냉동 산딸기 같은 걸 비웃는 이유다. 지하철에서 본 여성 같은 수고를 무릅쓰는 손님이 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래서 그 수고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음식이 너무 적다.

 

 by bluexmas | 2014/03/03 15:17 | Tast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Nobody at 2014/03/03 15:59 

저도 딸기 케이크 참 좋아하는데요, 자주 보이는 제품들은 대부분1. 크림치즈 사용

2. 식감 및 맛의 불균형

으로 뭔가 아쉽더라구요.

맛까지는 화이트 초콜릿 사용정도로 맞출 수 있는데

식감은 영 힘들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잼 방식으로 만든 제품도 있다면

경험해보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kiekie at 2014/03/03 16:13 

케이크에 들어가는 과일은 콤포트한 걸 넣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닌가봐요. 외관에 모양으로 생딸기나 얹는 줄 알았지, 빵 사이에 저렇게 생딸기를 샌드하는 줄은 몰랐네요.
 Commented by 몽상군 at 2014/03/03 16:17 

근처 한스는 매장에서 만드는 게 아니고 본사에서 온 케잌을 해동만 시켜서 팔더라구요…모든 지점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ㅎ
 Commented by 대건 at 2014/03/03 16:20 

말씀하신대로 케이크 층층이 생딸기가 들어 있으면 예쁘게 잘라 먹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생딸기는 장식의 의미로 두고, 다른 방식으로 딸기의 맛을 케이크에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쿠켕 at 2014/03/03 18:28 

제누아즈 사이에 휘핑크림과 생딸기를 섞어서 샌드하는 방법으로 딸기 케익을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문제점은 결국 말씀 하셨던 부분, 딸기의 단맛이 제누아즈와 휘핑크림의 단맛에 눌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약간의 대책이랄까? 딸기 과육에서 단맛은 앞부분에 치중되죠. 식감도 부드럽구요. 그 부분을 커팅해서 상부 레이어에 휘핑 크림과 함께 올리구요, 당도가 떨어지고 과육이 단단한 부분은 콤포트를 만들어 제누아즈 사이에 샌드해볼 생각입니다. 딸기는 신맛이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설향이나 육보를 선택하구요.

이를 위해 알이 큰 딸기어야 하겠죠. 알이 큰 딸기는 단가 또한 비싸니 시간많고 할일없는 아마추어나 시도해봄직한 비현실적인 시도지만 곧 돌아오는 아이 생일에 한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Commented by 쥰느 at 2014/03/03 19:41 

저도 홍대 유명한 딸기케이크를 신나서 집에사가지고왔는데 맛이없더라구요 ㅜㅜ 꿈의딸기케익은 어디있을까요? 여성들의 로망..
 Commented by renaine at 2014/03/03 20:09 

케이크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딸기에 집중하면 이런 게 나오더라고요…

http://renaine.egloos.com/2899051

일본인들의 쇼트케이크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대한 집착은 참 대단한데;; 그만큼 많이 접하지만 정말 맛있다 싶은 건 없더라고요. 딸기를 넣어야 한다면 타르트 쪽이 낫지 않나 싶어요. 단가를 상상하기 무서운 상등품 과일을 산처럼 쌓아 올린 과일 전문점의 타르트 같은 거요.

 Commented at 2014/03/04 12:15 비공개 덧글입니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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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lwook says: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 케이크인지라’는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인지라’로 바꿔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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