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저녁(9월 둘째 주)-파스트라미와 호밀 마블 식빵
베이컨은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지만(가끔 먹으면 좋은데 파는 게 별로 마음에 안 드니까), 파스트라미까지 만드는 건 직업정신 반+호기심 반이다. 손이 많이 가지는 않으니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결대로 찢어지거나 부스러지는 통조림으로 알고 있는 콘 비프는 사실 ‘Corned Beef’로, 소금 알갱이 즉 ‘corn’으로 문질러 절여 가공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책에 보면 결국 파스트라미와 마찬가지로 염지(brine) 레시피로 가공한다. 차이라면 콘비프는 훈제를 하지 않고, 파스트라미는 한다는 것. 어차피 집에서는 훈제를 못하므로 이건 사실 콘비프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국거리로 쓰지만, 양지는 결 반대로 얇게 자르면 그 질감도 독특한 데다가 운동을 하는 부위라 쇠고기 특유의 진한 맛도 어느 정도 품고 있어 사실 천천히 근섬유를 분해하는 바비큐 같은 조리법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종종 100도를 약간 넘는 오븐에서 대여섯 시간 조리해 먹곤 했는데, 온전히 한 덩어리를 사다가 굳이 만들어본 바에 의하면 잘 먹기 위해선 소금에 절이는 것보다 역시 그냥 적당히 저온 조리로 구워 먹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가공육 특유의 짠맛이 많이 먹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 보존을 위한 방법임을 감안하다면 물론 당연히 그럴 수 밖에는 없다. 뉴욕의 ‘카츠 델리’ 같은 곳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가 명물 대접을 받는데, 대체 얼마나 짠 걸 검색에서 걸리는 것처럼 쌓아서 주는지 짐작이 잘 안 간다. 하여간 코스트코에서는 호주산 “청정우(?!)” 양지 전체, 3~4kg를 100g당 1,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므로 바비큐든 파스트라미든 햄버거든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
한편 그런 델리에서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낼땐 호밀빵을 쓴다고 하여 굳이 한 번 만들어봤다. 잘라보면 ‘마블링’을 드러내는 이 빵은 사실 같은 반죽을 두 번 만들어, 그 가운데 하나에 카라멜 색소나 코코아 가루 등으로 색을 낸 가짜다. 그래도 자르는 재미가 있고, 코코아 가루를 썼는데 호밀향과 잘 어울린다. 캐러웨이나 펜넬 씨앗을 넣는 건 필수. 호밀이 20% 내외라면 딱히 발효종을 만들거나 할 필요는 없고, 다만 질감이 일반 밀가루빵과 생각보다 많이 차이난다. 한편 1주일 정도 염지한 파스트라미는 헹궈 물기를 완전히 닦아 내고는 통후추와 코리앤더 씨를 볶아 갈아서 골고루 바른 다음 내부 온도가 65도까지 오르도록 낮은 온도에서 굽는데, 이 단계까지만 끝내면 육포처럼 다소 질긴 느낌이라 또 다시 삶아야 한다. 압력솥에서 30분 정도만 삶으면 적당히 부들부들해지지만, 어쨌든 빵까지 만들어 먹고 난 다음 드는 생각은 뭐 굳이 할 필요 있느냐-는 것.
kg당 1,000원이요…? 100g이겠지요?;;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