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두 겹의 성공, 과소 평가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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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변압기나 초록등보다 나은 액션 영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겠지만, ‘마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를 볼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적인가 따져봐야 한다. ‘유니버스’ 전체의 이야기 전개에 미치는 영향과 독립적인 완성도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이미 개봉한 ‘아이언맨’이나 ‘토르’ 프랜차이즈의 후속작보다 월등히 낫다. 이미 어밴저스까지 한 번 뭉치고 난 이 시점에서 사실 각각의 영화가 짊어져야할 짐은 꽤 크고 무겁다. 각각의 1편(아이언맨의 경우라면 2편이 더 그러한 역할에 충실할텐데 졸작이었다)은 조금 재미없더라도 보다 큰 목표, 즉 어밴저스를 위한 멍석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1회분 표값 정도는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본다. 영화 하나가 망하면 그것만 곱게 망하지 않고 서울까지 와서 국뽕을 흡입해가며 촬영하는 어밴저스 2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편 자체를 그냥 어밴저스 2를 위한 멍석으로만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캡틴 아메리카’의 두 번째 편이 아이언맨 3이나 토르-다크 월드보다 낫다고 본 건, 프랜차이즈 자체 뿐만 아니라 어밴저스 2를 향한 이야기의 전개에 확장 및 전환을 성공적으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또한 뻔한 이야기지만) 캐릭터의 성장이다. 안 그런 영화가 사실 없다고 보지만, 1, 2편 모두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과제는 ‘자리 찾기’다. 의욕은 있으되 수단인 육체가 딸리는 상황에서 그 육체를 갖추고 자신에게 적응해서 미군의 포스터 보이 역할을 하다가 전쟁의 선봉장으로 자리를 잡고, 그걸 좀 잘 하나 싶더니 얼음에 갇혀서 몇십 년 뒤로 시간을 건너 뛰어 도착해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동시에 밥벌이 거리도 찾는다. 물론 전부 픽션이지만 그 픽션에서도차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믿기 어려운 픽션 같은 일만 벌어지는 가운데, 2편에서는 의심을 주제로 삼아 영화 자체, 그리고 어밴저스 전체의 이야기를 한 번 비틀었다가 놓아준다. 가디언 지에서는 ‘다 좋은데 캡틴이 지루하다’라는 평을 내렸지만, 그가 겪고 있는 저 ‘자리 찾기’의 상황을 본다면 얼빠졌거나 지루해 보이는 것 또한 설정시킨 성격이 아닌가 생각한다(친구-대사로는 barbershop quartet-도 다 죽고 사실 옆방의 간호사마저 자기 경호를 위해 위장한 요원 아닌가). 게다가 크리스 에반스 출연작은 그럭저럭, 특히 액션 및 수퍼영웅물 중심으로 거의 다 보았는데(‘냄 쿵민수’까지), 이만하면 오히려 다른 영화들보다는 훨씬 낫다. 혹 그것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면 몸과 얼굴 양쪽 측면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말아먹은 영화 두 편(그린 랜턴과 울버린: 오리진스)을 생각해보라. 너거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어밴저스야 모두가 나오니까 어쩌면 당연히 가장 재미있을테고(물론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니 조스 웨던이 영화를 잘 찍은 것이겠지만), 그걸 빼놓는다면 나는 이번 캡틴 아메리카가 가장 잘 만들었다고 믿는다. 거기에 1편까지 감안하면, 이 프랜차이즈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를 받는 건 아닌가 의심이 간다. 첫 번째 캡틴 영화가 나왔을때 ‘미 제국 주의 향수의 흔적’라고 읽은 의견도 있나본데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야말로 ‘캡틴 아메리카’이기 때문에 미국적이어야만 하는 수준 이상으로 미국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당시의 분위기를 무척 성공적으로 재현했으니, 감독이 20여년 전에 찍은 ‘로켓티어’까지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데 액션이 아닌 장면에서도 지루한 구석이 딱히 없었으며, CG를 많이 안 쓰고 만들었다는 액션은 누군가 ‘드래곤볼’이라고 혹평하던 ‘맨 오브 스틸’ 같은 거랑 비교하면 훌륭하다. 이걸 보고 나서 대체 왜 아이언맨 2, 3편은 그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 프랜차이즈가 이 수준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엄청나게 열광하지 않았을까. 그게 내가 이 프랜차이즈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노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by bluexmas | 2014/03/30 19:26 | Movi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