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목란-중식당계의 유니콘

일요일에 먹은 삼선짜장의 이야기를 쓰고 나니 최근 연남동으로 이전한 ‘목란’ 생각이 났다. 원래 다른 레스토랑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었는데 일맥상통하는 것 같으니 이걸 먼저 짚고 넘어가자. 그러니까 ‘맛있는’ 음식이 아닌’ 맛있어 보이도록 만든’ 음식 또는 중식이라면 여기가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최근의 방문에서 들었다. 3만원짜리 코스를 먹었는데, 처음 냉채에서 절정을 찍고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마지막의 짜장 및 짬뽕에서는 바닥을 쳤다. 유린기, 팔보채, 크림새우, 누룽지탕 등이 연이어 나오니 이름값으로도 괜찮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가 거의 겹쳐 음식 맛이 너무나도 비슷하다. 트위터에선가 누가 ‘오뚜기의 즉석 조리 음식은 종류 불문하고 맛이 거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먹으면서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고기요리도 있지만 그래봐야 튀김옷을 두텁게 입고 있으니 사실 밀가루의 맛이 더 많이 나 딱히 변별력이 없고, 나머지에서는 새우(?!)와 브로콜리 등등의 맛이 꾸준히 난다. 이름은 다르지만 어차피 맛이 똑같은 음식이므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각각의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물론 도저히 형편없어 먹지 못할 수준의 음식은 아니었다. 최소한 재료는 좋았으며, 팔보채의 오징어 등 조리 상태도 꽤 좋았다. 광화문에 있을때는 3년 전쯤이 마지막 방문이었는데, 조리가 굉장히 형편없는 음식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소위 말하는 ‘개업발’인지 그런 측면-과 아주 훌륭한 접객-에서는 좋았지만 그게 ‘생각없음’을 완전히 메워주지는 못한다. 그렇다, 난 이 음식에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목란의 진짜 음식은 유니콘과도 같은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본 사람도, 먹은 사람도 있고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사람도 있으나 거기에 이끌려 찾아가면 결국 이렇게 별 생각없는 음식이 나온다. 3만원에 주요 중국 요리 대여섯 가지 이상의 코스, 거기에 식사와 후식까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당신이 음식보다는 코스라는 설정과 분위기를 좇아 회식이라도 하려 든다면 아마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며칠 전의 짜장면처럼, 여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만든 음식을 낸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정확하게 아는 만큼 또한 정확하게 맛이 없다. 화장실에 가려고 2층에 올라가는데 요리 연구보다 트윗을 많이 하는 “요리연구가”의 화분이 놓여 있더라. 리본 쓰인 문구는 ‘대박 기원 느낌 아니까’ 그렇다, 이곳은 정말 정확하게 느낌을 안다. 그래서 아무런 느낌 없는 음식을 정확하게 만든다.

셰프의 명성도 많이 들었으며, 거기에 이끌려 여러 번 가보았다. 하지만 그 명성에 맞는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정확하게는 ‘명성을 알고 찾아갔을때, 명성에 쌈 싸먹으면 대부분이 맛있다고 할 음식’이 나온다. 이전했대서 한 번 가봤지만 아마도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리건데, 당신이 셰프를 개인적으로 알거나 셰프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빠워블로거 포함)을 개인적으로 알지 않는다면, 유니콘을 보겠다고 여기를 가는 것은 만류하고 싶다. 유니콘이라는게 뭔가, 결국 신화의 동물 아니던가? 일반 손님의 신분으로 찾아가서 유니콘까지 보겠다고 말하는 건, 어찌 보면 실례다. 손님은 어차피 왕도 아니었지만 설사 왕이라고 해도 제 삼 세계의 그것이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냥 근처 이품 분식에서 찐만두나 드시는 것이 속 편하리라. 가질 수 없는 유니콘보다, 곁에 두고 언제나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조랑말이 더 나은 법이다. 설사 유니콘을 알현한다고 해도 뿔에 받히지 않으려면 그 얼마나 예의를 갖춰줘야 하겠는가. 그거,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by bluexmas | 2014/03/20 11:38 | Taste | 트랙백 | 덧글(4)

유니콘도 문제인데, 80먹은 화교할아버지가 소일거리로 하는 이품만두도 요샌 ‘적토마’급으로 명성을 얻고 있네요…근사한 중국집 코스 먹은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합니다~

 Commented by Masan_Gull at 2014/03/20 12:12 

이품은 좋은가요? 지나가면 항상 줄이 있던데… 왠지 오르므님 말씀만 들으면 이름만 있고 실속은 없다고 들려서 말이죠…;;
 Commented by Masan_Gull at 2014/03/20 12:14 

아 그리고 목란이 제가 아는, 그 칼국수집 뒤에 있는 곳이라면 연남이 아닌 연희동인걸로…
 Commented by Gomster at 2014/03/21 04:54 

유니콘! 아름다운 비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