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상, 신상?
늦게 일어나 소파에서 널부러져 아이패드를 뒤적거리는데 카드회사 신상정보가 털렸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일정치 않으므로 카드가 잘 안 나오고, 따라서 털렸다는 국민카드가 없다. ‘안심이네’라 생각하는데 회원이 아니어도 털릴 수 있단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액티브 엑스 철통 보안의 IT 강국, 창조경제 대한민국에서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확인을 위해 국민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봤다. 분명히 ‘님 카드 발금 좀 ㅇㅇ?’하면 꺼져 ㅂㅅ’이란 대답이 조건반사적으로 나올 뭐 그런 카드 회사에, 따라서 당연히 회원도 아닌 카드회사의 홈페이지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한다. 답이 뜬다. 털렸단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회원이 아닌 회사에도 털릴 수 있는 현실이. 하긴 없는데 있는 상황이니까 이게 그 빌어먹을 창조경제쯤 될 수도 있겠다. 그 근간이거나.
그래서 망연자실, 어이없음을 온몸을 느끼고 있는데 카드를 가지고 있는 롯데도 털렸단다. 여긴 모두가 수입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라며 거부하는 가운데 뭐가 그리도 아쉬웠던지 기꺼이 카드를 발급해주신 곳이다. 크 롯데가 그렇지… 하여간 한 군데 털렸으니 다른데에서 털린다고 뭐가 다르겠느냐만 그래도 확인해보려 홈페이지를 가보니 언뜻 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피해신고 접수하는 메뉴가 떴기에 시험삼아 접속해보니 하하, “보안프로그램”을 깔라신다. 아 네, 니들이 잘못 관리해서 개털린 보안, 내가 지켜야 되니까 내 귀한 밥줄 컴퓨터에 그 안 닦은 이에 덕지덕지 끼는 치석과도 같은 “보안프로그램”을 깔라굽쇼? 이 모순된 현실이 너무 어이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더라.
하여간 털림의 증거인가, 어이없는 시간에 어이없는 스팸이 떡허니 왔다. 한참 잠잠했던터라 오히려 반갑더라. 대체 뭘 확실히 준다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접속할 생각은 없고… 어쨌든 생각이 든 게, 아 내 ‘신상’이 “신상”으로 풀렸구나. 다른 1억건인가와 같이. 대체 나는 얼마였을까. 내가 요즘 받은 원고료나 인세보다 괜찮았을까? 먹고 살기 힘든데 팔리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내가 직접 좀 팔게 해주지, 식탁에 고기 반찬 좀 올려놓게.
다음엔 누가 나오든 액티브 엑스 폐지하자는 공약 내건 사람 찍는다. 이건 치석이자 암이다. 보안? 내 통장 사이로 백만원도 이체 못 시켜서 문자로 승인 번호 받아 넣는 이 시스템이 정상이냐? 난 철저한 문외한이지만, 애초에 잘못 짠 틀 위에 계속해서 층을 올리고 벽을 더하는 이런 시스템으로는 금방 망한다.
# by bluexmas | 2014/01/18 23:28 | Life | 트랙백 | 덧글(3)
다행히 돈은 털리지 않았지만 우리 신상이 어딘가에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우리나라 보안이 제대로 개선되길 바랍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1&sid2=259&oid=025&aid=00023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