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갑님과의 옛일 캐기와 유사 사건에 대한 회상
만난적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은 사람들과 전화나 메일로 다소 심각하고 열띤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요 며칠 동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내용은 밝힐 것이 아니니 그저 <잠재적 갑님과의 옛일 캐기> 정도로만 이야기해두자. 나는 우리나라에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르고, 따라서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이라고 믿는 방식만 쓴다. 물론 그게 상대방에게도 최선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닐 확률도 꽤 높다.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인 것이 죄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한 번 이런 일이 생기면 며칠 동안 쭉 생각하게 된다. 굳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게 싫어서 회사도 안 다니는데 그래도 겪어야만 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사실 진짜 문제는 요 며칠 동안의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쪽에서 믿기로는 원만하게 이야기하고 마무리했으며 나도 분노할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진짜는 올 초에 겪었던 일이다. 이 글에서 언급했던 일의, 말하자면 후폭풍 같은 것이다. 그 또한 잠재적 갑님과의 일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소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했고, 나도 관심이 있어 움직이는 가운데 저런 일이 벌어졌고 그 뒤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인사이동이 있어 바뀐 담당자가 연락을 할거라 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 당연히 앞으로도 그들은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루라는 시간과 사비를 들여 취재까지 다녀온 다음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으므로, 저 일이 벌어진 직후 나는 갑의 갑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까지 설명해야 했다. 경계선을 긋기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러한 일이 있었으며 그쪽에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의 시각에서 보는 상황이 이렇다는 것만큼은 이야기할 필요를 느꼈노라고 말했다. 통화를 끝낼때까지도 갑의 갑님의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니까. 뭐 일이야 안해도 그만인 것이겠지만 적어도 누군가 설명은 좀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자기들이 먼저 연락을 해 일을 맡기겠다는 말을 꺼냈다면. 이후로도 잠재적 갑님이셨던 평론가님의 글과 가끔 맞닥뜨리게 되는데, 진보적인 시각에서 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듯한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겪은 이 상황이 정확하게 바로 그런 바른 사회로 가는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들어 병 주고 약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모순을 의식하고 그걸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부끄러움의 골짜기는 의외로 꽤 깊다.
# by bluexmas | 2013/10/01 23:04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