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탕수육 소스 논쟁
(사진은 평창 진태원의 탕수육. 무엇보다 너무 튀겨 딱딱했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갑자기 탕수육의 소스를 붓거나 찍어 먹는 문제로 트위터가 시끄러워졌다는데, 재미는 있되 의미는 없는 논쟁이라 생각한다. 원래 버무려 내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소스를 따로 내달라 요청하는 이유 또는 원인이 탕수육이라는 음식 자체의 수준 저하이기 때문이다.
먼저 탕수육이라는 음식의 핵심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스가 아니고 당연히 튀김이다. 일단 튀김의 수준이 떨어지면 소스의 수준이나 더하는 형식을 따질 필요가 없다. 번사이드님의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전분의 질 등에 따라 튀김의 수준도 갈린다. 한편 튀김이라는 음식 자체에 대한 인식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튀김의 핵심은 재료의 보호다. 기름기가 없어 그냥 조리하면 금방 익어버려 퍽퍽하거나 딱딱해질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쓴다. 그래서 튀김’옷’을 입혀 보호한다. 흰살 생선이나 새우, 돼지고기라면 안심 등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같은 생선이라도 기름기가 많은 연어나 고등어는 튀기면 자체의 기름이 배어나와 질척해진다. 잘 튀긴 튀김이라면 옷은 거들 뿐이고 그 안에 있는 단백질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야 하는데, 시중에서 먹을 수 있는 튀김 또는 탕수육은 고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재료는 작고 옷은 두껍다. 튀김의 계절은 늘 한겨울인가? 사람들이 삼겹살만 선호해 안심을 비롯한 부위는 냉동보관을 해야할 정도로 부위별 소비의 균형이 안 맞고 그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크다던데 왜 더 넉넉하게 재료를 쓸 수 없는지 모르겠다. 요는, 튀김은 재료의 맛으로 먹어야지 기름이나 튀김옷의 고소한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튀김의 이상적인 식감을 우리가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있는지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튀김의 핵심은 ‘바삭한 겉, 부드러운 속살(Crunchy outside, soft inside)’다. 여기에서 바삭함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튀김옷의 바삭함에는 가벼움이 내포되어 있다. 일단 조리 자체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탄산수나 찬물 등으로 글루텐이 발달하지 않도록 잘 만든 옷을 입혀 튀긴 템푸라의 옷이 좋은 예다. 튀김옷이 진짜로 바삭하려면 얇고 가벼워야 한다. 많은 경우 탕수육, 또는 수준이 낮은 튀김의 옷은 두껍고 딱딱하다. 이는 관리 소홀로 인한 튀김옷의 글루텐 발달 등 조리의 문제도 있지만 옷 자체가 음식의 부피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옷까지 입혀 냉동해 파는 걸 튀겨 내는 중국집도 많을텐데, 이런 곳에서라면 일단 튀김 자체의 수준이 낮으므로 소스를 찍네 붓네 따질 필요조차 없다.
또한 소스의 존재 자체가 부여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음식은 한 접시, 또는 한 상 아래에서 균형을 맞춰 먹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맛이나 식감 양 측면 모두에서 그렇다. 우리 음식만 예를 들어도 밥만 먹으면 뻑뻑할 수 있으므로 국이나 찌개를 더해 촉촉하게 먹거나, 돼지고기에 신김치 또는 새우젓을 더해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많은 중국 음식의 경우 튀기거나 구운 단백질에 물녹말을 더한 소스를 더해 먹는다. 이는 촉촉함을 더하기 위한 수단이다. 잘 튀겨 가볍고 바삭한 돼지고기 튀김이라도 그것만 한 접시 다 먹기는 버겁다. 여기에 소스는 각각의 튀김을 한데 아울러 집합적으로 하나의 요리라는 인식도 부여한다. 만약 중국요리에서 소스를 버무려 내는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면 왜 깐풍기나 난자완스 등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지, 그게 궁금하다. 만약 그 요리들을 소스와 버무리지 않고 따로 낸다면 사람들은 그걸 깐풍기나 난자완스로 인식할까? 원래 중국집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튀김과 탕수육이라는 요리가 따로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스 자체의 수준 저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녹말을 바탕으로 촉촉하거나 끈적한 소스에 신맛이 두드러진다는 건, 그로 인해 지방의 느끼함을 덜라는 의도다. 이런 의미의 소스가 어느 시점부터 케찹이나 과일 칵테일, 설탕 등을 과도하게 더해 너무 달아졌다. 따라서 느끼함을 덜어주라는 원래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어졌다. 이런 소스를 들이 부어버리면 질척해지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달아 질려버리니 한 접시를 제대로 먹기도 버겁다.
그냥 재미라고 생각하고 쓸데없이 심각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지적하고 싶다. 음식에 대한 논쟁 또는 의견 교환은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해서 반갑지만 핵심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탕수육의 핵심은 소스가 아니고 고기, 그리고 튀김이다. 탕수육에서 개선해야할 문제가 있다면 그건 양이 적고 퍽퍽한 고기와 딱딱한 튀김이다. 그 다음에 소스를 붓네 찍네 따져도 늦지 않다.
# by bluexmas | 2013/03/28 17:32 | Taste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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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옛날 탕수육’ ‘올드 스타일 탕수육’ 이란 말을 써야만 할까요…
상실감이 크겠지만(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야 더) 대량생산의 시대에 저질이지만 대량이 된 즐거움 자체를 즐겨야할까요? ㅎㅎㅎ (이건 자조입니다 자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