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꿀빵의 진화?
황남빵에 대한 글을 쓴 김에 연말에 먹었던 통영 꿀빵도 한 번 정리해보자. 3년 전 처음 통영에 갔을때도 꽤 눈에 자주 들어왔지만 그만큼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동네 전체가 꿀빵화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은 느낌적 느낌이 가득하다. 강구안만 해도 두 집 걸러 한 집이 꿀빵집이 되었다(물론 나머지는 충무김밥집;; 결국 충무김밥-꿀빵-충무김밥-꿀빵… 인건가;;;). 이 글에서 언급했지만 소위 말하는 원조 꿀빵도 잘 만든 음식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별 믿음이 없는데, 그래도 갈때마다 적어도 한 개는 먹어보게 된다.
작년 말에 갔을때는 두 종류를 먹었다. 하나는 국산 팥과 버터를 썼다는 것(기억하기로 진짜 꿀도 꽤 넣었다고 본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다;). 잔뜩 써붙인 원조 문구 등등에는 어차피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지방 특산 음식의 활로 가운데 가장 쉬운 건 좋은 재료를 써서 품질을 높인다고 생각하는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시식했다. 어차피 꿀빵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도너츠고 그 가운데서도 좀 뻑뻑한 종류라 정을 많이 주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며칠 둬서 살짝 쩔어도 먹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유자 크림을 넣었다는 것. 이 또한 독특해서 별 생각없었지만 사먹어보았는데 굳이 크림에 넣지 않아도 될 유자청과 분유 냄새 꽤 두드러지는 크림을 합쳐 놓았더니 식감도 맛도 묘해서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유자청만 넣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크림을 만든 건 빵빵함이 죽을까봐? 낱개로 파는 곳도 많은데 굳이 상자에 담아 최소 다섯 개만 판다는 정책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사 하루이틀할 거 아니라면 일단 한 개 팔고 다섯개 사러 돌아오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한 것처럼 한 집 걸러 꿀빵집 하나씩 있는 형국이라 다닥다닥 붙은 곳에서는 다들 시식도 열심히 시켜준다.
하여간 곧 도시의 별명을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꿀빵의 메카’로 바꿔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꿀빵집이 넘쳐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에서 새로운 시도도 맛볼 수 있으니 모든 게 부정적인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 이런 음식도 많이 팔고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부산-경남권에서 괜찮은 로스터리 카페 등이 진출할 수는 없는 것일까? 벚꽃 날리는 봄이면 통영이랑 커피도 잘 어울릴텐데… 몇몇 카페가 눈에 들어왔지만 딱히 시도해볼만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 by bluexmas | 2013/02/27 12:38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