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씬 크러스트 피자

이제는 이름처럼 진짜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피자집에 한 1년 만에 가보고 싶었는데, 워낙 인기폭발이라 먹기 어렵다고 해서 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냥 집에서 구워 먹었다. 뉴욕 등지에서 파는 씬 크러스트 피자를 재현하기 위해 최소량의 이스트를 넣고 찬물로 반죽, 최소 24시간 동안의 냉장 발효를 거쳐 반발력이 적은 도우를 만든다. 덕분에 당김 없이 최대한 얇게 펼 수 있는데 ‘오븐 스프링’이 일어나므로 얇게 편 것치고는 많이 부풀어 오른다.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집에서 구워먹는 피자의 한계는 명백하다. 내 오븐은 ‘기껏해야’ 260도 밖에 올라가지 않으므로 7~8분은 구워야 하고, 귀찮아서 피자 스톤이나 요즘 유행하는 철판을 갖추지 않았으므로 위는 물론 바닥도 색이 많이 나지 않는다. 그 온도안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오븐 맨 윗단에 팬을 깔아 낮은 공간을 만들어주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편 도우도 저온 장기 발효를 통해 최대한 맛을 끌어내기는 하지만 당연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냥 한 귀찮음으로 다른 귀찮음을 극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부러 통조림 토마토를 사서는 들고 돌아다니는게 귀찮아서 동네 수퍼에서 사다 둔, 다 썩어가는 토마토를 데쳐 껍질을 벗겨 소스를 만들었는데 너무 물기가 많아 따로 끓여야만 했다. 차라리 깡통을 사서 들고 다니는 편이 더 편했을듯.

 by bluexmas | 2012/12/03 10:31 | Tast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