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의 잡담
1. 며칠 전에는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기계를 달고 있었다. 팔에 차고 있는 밴드가 30분에 한 번씩 조여들며 혈압을 잰다. 기계는 대학 다닐때 많이들 차던 모토롤라 호출기를 한 다섯배 정도 뻥튀겨놓은 크기인데 허리에 차고 있어야만 한다. 덕분에 하루를 그냥 날렸다. 자다가도 윙~하고 밴드가 조이면 자다가 말고도 자세를 똑바로 잡고 팔을 곧게 폈다. 안 그러면 30분에 곧 기계가 다시 팔을 조여오니 한 번에 똑바로 자세를 취해드려야만 한다.
2. 할인매장이 빽빽한 동네에 갔는데 아무 것도 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집에서 입을 사각 팬티 한 장을 찾았는데 그것마저도 맞는 치수가 없다고 했다. 물론 할인 매장이라는 곳이 진짜 할인을 하는지도 좀 의문이다. 매년 추석 전후로 이월로 나오는 코트를 찾는데, 올해 보았던 건 적어도 20퍼센트 정도 더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2-1. 그 코트는 원래 정가가 백만원 넘어가는 거라고 했는데(물론 그것보다 훨씬 싸게 샀지만), 겨울이 오고 세 번 입는 동안 단추가 벌써 두 번 떨어졌다. 이래도 되나?
3. “대선이 뭐야? 아, 대통령 선거?”
4. 슈니발렌의 광기가 서울 전역을 강타하는 것 같은데 뭔가 음모론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글을 따로 쓰겠다.
5. “대중적인 입맛”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 “타협”이라는 것이 단가만 낮추려고 조미료 넣는 것이라면 난 사양하겠다. 밖에서 대강 만들어 파는 방식을 집에서도 적용하는 건 정말 난센스 아닌가? 음식은 당연히 사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다 맛있어지는 건 아니다. 연구나 공부도 큰 의미에서는 사랑에 속하는데 거기까지는 생각들을 안하시는 듯.
6. 여러 사람의 글이 담긴 책 한 권을 번역해서 그 사람들 모두의 프로필-약 60여명-을 찾아보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뉴욕타임즈에서 책에 대한 글을 쓰는 필자였다. 찾아보니 2009년인가 알랭 드 보통의 책(우리말로 제목이 뭔지 모르는데 귀찮아서 찾아보기도 싫다) 리뷰를 험악하게 했는데 저자 본인이 그의 블로그에 나타나 거의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퍼부었다고. 그 사건과 보통의 인터뷰를 함께 실은 글을 읽었는데, ‘작가가 2~3년에 걸친 노력으로 쓴 책을 쉽게 리뷰하면 안된다. 그건 책의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걸 읽고는 좀 어이가 없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평가를 하는 사람 또한 그에 걸맞는 지식을 시간에 걸쳐서 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내놓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말도 안되거나 딱히 근거도 없어보이는 평가에는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은 딱히 그렇지 않은 것일텐데?
7. 양식에 대해서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다 보니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해야할 사람들이 대강 요리나 유명한 요리사들 이름이나 되는대로 주워 섬기면서 뭐 엄청난 거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코스프레를 하는 이 현실이라니. 정말 필요한 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겠다고 미슐랭 별도 반납하신 셰프의 동영상이 아니라 자크 페펭의 테크닉처럼 보다 더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는 책 등등일텐데? 그 잘난 요리에 쓰는 육수도 끓는점 이하의 온도에서 오래 끓여놔야 음식에 깊이를 불어넣는 재료가 된다. 혹세무민도 정도껏 하셔야지.
7-1. 물론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 by bluexmas | 2012/12/02 01:42 | Life | 트랙백 | 덧글(12)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답글입니다.
얻고 취할것이 있다면 되는거고요 책에만 진리가 있겠습니까? 어느분을 염두에 두고 글을 보라고
쓰신건지는 짐작이 가지만 백인백색처럼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선물로 사온걸 먹어본 적이 있는데…
독일꺼라는거랑 망치로 부셔먹는다는게 특이할 뿐 일부러 찾아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