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 봉피양-육수의 단맛

얼마 전 이쪽 동네에 갈 일이 생겨 벽제갈비/봉피양 본점에 처음 들러봤다. 그쪽에서 일을 하느라 작년에 서초점인가? 하여간 강남역 근처 매장에 빈번하게 갈 일이 있었는데 솔직히 음식에 만족한 적이 없었다. 공항점에서도 냉면을 먹어보았는데 그건 강남에서 먹던 것보다도 훨씬 더 못했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은 느낌이었다.

점심에 혼자 앉아 고기 구울 마음의 여유는 없고 해서 순면(15,000)만 한 그릇 먹었는데, 다른 매장의 음식에서 가졌던 불만족이 녹는 느낌이었다. 다만 반찬도 그렇지만 냉면의 육수가 너무 달아서, 평양냉면의 원형이니 뭐니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단맛이라면 좀 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평양냉면에 관련된 글에 실린 회고담 등을 보면 야식으로 동치미 국물을 말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뭐 지금도 넘치지는 않으니 그때라고 넉넉할리는 없는 고기의 수급 상황이며 육수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 그리고 “슴슴”하다고 알려진 북한의 음식 및 김치맛 등등을 감안한다면 설사 동치미 국물을 섞었다손 치더라도 단맛이 그 정도여야만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강남점에 갈때마다 ‘최고의 평양냉면’으로 꼽혔다는 신문 기사며 기타 홍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덕더덕 붙여놓은 것이 왠지 ‘1등이라고 필사적으로 주장하는 2등’ 같아 보여서 딱히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이 본점에서는 디테일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그곳에서만큼 거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게 꼭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밖의 것들.

1. 김치에 대해서도 광고를 꽤 하던데, 작년 여름에 먹어본 바로는 그 광고와 그 추가금에 맞는 김치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염장은 물론 발효 등등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짤 수 밖에 없는 김치를 저염식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들인만큼 성과나 의미를 거둘 수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짜야 할 음식은 짠게 좋고, 싱거워야 할 음식은 싱거운 게 좋다.

2. 원래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두 점 내온 돼지머리 편육의 수준은 높았는데, 그래도 그렇게 삶는 고기는 조리 방법의 한계 때문에 특히 정육 부분이 퍽퍽해질 수 밖에 없다. 수비드 보쌈 같은 거는 왜 개발을 안 할까, 그거 엄청 쉽고 관리도 편한데.

3. 종업원들의 복장이며 서비스 등등이 우리 음식 파는 곳치고 꽤 좋았는데, 영양부추였나? 그런 거 담아 놓는 그릇이 무엇인가의 플라스틱 통 재활용인 것 등을 보면, 음식을 포함한 전체적 수준을 따지고 보았을때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냉면 한 그릇에 만 오천원씩 하는 집 아닌가. 대표 한식집이라고 해도 과대평가는 아닐테고.

4. 외가가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 충청도에 정착한 집안이라 소위 말하는 “슴슴”한 김치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딱히 즐겼던 것 같지 않다. 집에서는 정말 슴슴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요즘 스스로 음식에 대해서 좀 안다고 믿고 계시는 분들이 마치 그걸 드러내는 방편인 것처럼 이런 표현 쓰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글쎄…  (참고로 ‘슴슴’하다는 ‘심심하다’의 북한식 표현, 또는 오기다)

 by bluexmas | 2012/04/26 09:54 | Tast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푸른별출장자 at 2012/04/26 11:02 

달지 않으면 안 먹히는 시대에 사시니까 단 음식에 억지로라도 익숙해지셔야 할 듯…설탕에 커피를 타 먹는 독일 북부 사람들이나 온갖것에 설탕이 들어가는 나가사키 처럼달게 먹는 편인 지방 출신인데도 요즘 한국 음식들이 너무 달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감출 수 없습니다.

슴슴하다… 정말 이 표현이 어울릴려면… 글쎄…

소금과 물로만 절인 동치미나 오이지를 요즘 식당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런 표현 쓸 일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03 12:08

네 그래도 슴슴하다는 표현을 다들 열심히 쓰더라구요. 정말 슴슴한게 뭔지는 아는지…
 Commented at 2012/04/26 11: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03 12:08

네 뭐 냉면 한 그릇 잽싸게 먹고 빠지는 거라 사실 접객이랄 것도 없기는 했지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2/04/26 14:19 

보통 그냥 ‘백김치’라고 하시더군요. 고춧가루가 없는건 아닌데 뭔가 밋밋하고 좀 군내도 나지요. 아버님에 의하면 김치는 상 하나에 한 그릇이 아니라 한 사람당 한 그릇이었답니다. 물론 다른 집도 다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양냉면과 단맛은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되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하긴 간장에 파 넣은 양념장을 확 부어먹는 집도 냉면으로 ‘유명’하다고도 하니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03 12:09

네 백김치… 저희 집에서도 먹고 저도 종종 담가 먹습니다. 뭐가 평양 냉면인지도 모르죠 이제.
 Commented at 2012/04/26 15: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03 12:09

전 그냥 우래옥을 고수합니다. 을밀대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