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과 인피니티 블레이드, 치미추리

1. 택배 딱지를 쓰고 있는데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치원-초등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서류 봉투에 주소를 쓰고 있었다. 엄마가 불러주면 아이가 쓰는데, 아이는 엄마가 불러주는 것만큼 쉽게쉽게 받아쓰지 못하고, 그걸 보는 엄마는 점점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어린 아이들 글씨가 다 그렇듯 이 아이의 글씨도 어른의 그것에 비하면 알아보기 쉬운 종류는 아니다. 엄마는 ‘글씨 못쓰면 봉투 다시 사야 돼’라고 아이에게 말한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를 간신히 쓰고, 받는 사람으로 넘어가자 엄마의 짜증이, 옆에 있는 내가 이어폰을 안 낀 걸 후회할 정도로 만만치 않아진다.

이게 뭔가 싶었다.

2. Infinity Blade I과 II를 하루 간격으로 받아 열심히 했다. I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나 II를 시작하고 바로 접었다. 가끔 개발자들이 레드불이나 몬스터 같은거 빨면서 비몽사몽간에 밤새다가 쓱 집어 넣은 것 같은 아이템들이 종종 보인다. 호기심에 사 보았는데 딱히 메리트는 없더라. 제목처럼 Infinite Blade를 사면 간지나고 좋은데 나는 $450,000 모아서 기본 공격력 1,000 넘는 도끼로 열심히 이놈저놈 잡으며 돌아다니고 있다. 현세의 인생이 한 방 아니니 게임이라도 좀 한 방 모드로.

3. 아이패드로 종종 게임을 사서 했다. <Dead Space>를 세 레벨 모두로 끝까지 깨고, 같은 언리얼 3 엔진을 썼다는<Dark Meadow>도 끝까지 여러번 깼는데 메이저 업데이트 이후로 너무 막 나가는 감이 있어서 덮었다.

4. 비공개 계정은 뭘 보고 팔로우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보고는 싶지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건가.

5. 라면을 한 세 개쯤 끓여 면이 불기 전에 두 개 반 분량을 건져 먹고, 나머지에 밥을 한 두 공기쯤 말아 냄비를 품에 안고 푹푹 퍼먹으며 베란다로 몸을 날리는 꿈을 꾼다. 땅에 닿기 전에 다 먹을 수 있을 것인가.

6. 고기가 뭐 육즙의 감옥이냐? 가두게. 간수 좀 불러와라 육즙 사면 좀 시켜주게. 육즙이 뭐 넬슨 만델라냐, 맨날 가둬두게.

7. 겉멋이나 잔뜩 들어가지고는.

8. 똑같은 음식을 먹은 거의 똑같은 사진이 다른 사람에 의해 올라온다. 소스의 이름은 ‘치미추리.’

 by bluexmas | 2012/04/17 02:43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gvw at 2012/04/17 05:44 

6-8. 같은 동아리 내지는 학과 분들이 모여서 바베큐 해드신 것 같던데 네이버 같은 데였으면 그렇게 표도 안 났을텐데 이글루스가 워낙 동네가 좁다 보니까 글 하나 올라왔다가 내려가면 똑같은 글이 또 올라오고 하는 식으로 더 눈에 띄게 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7 11:59

6, 7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Commented by 푸른별출장자 at 2012/04/17 19:41 

한국에도 아르헨티나식 치미추리 소스 쓰는데가 있어요?

진짜 다문화 시대가 다가오긴 했나 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7

어디에서 내는지는 모르겠고 사람들이 고기 구워 먹은 사진을 잔뜩 올렸는데 무슨 패키지에 든 걸 쓰더라구요.

 Commented by 초이 at 2012/04/18 03:11 

저 6번 보고 완전 뒤집어집니다!!! 많이 웃었습니다. 일단 웃으니까 기분은 좋아지네요. 감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7

^^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