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 어제 자정이 거의 다 되어 6514를 탔는데 운전기사 비롯, 드문드문 앉는 승객이 전부 남자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뽀대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성불을 앞둔 중년 두꺼비 인상의 나까지 포함한 그 야심한 밤 버스의 광경이 왠지 웃기다 못해 좀 섬뜩했다.

2. 어제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직장인처럼 차려입고 9호선으로 강남행을 했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직장인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는데 속으로는 그런 스스로에게 아주 강한 반발을 느꼈다. 직장인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3. 가만히 놓아두면 언제나 괜찮은데 괜찮은가 물어보는 순간부터 안 괜찮아진다.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한데

4. 정신 수양이 좀 필요해서 은근과 끈기를 요한다는 크루아상을 만들어봤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열두 시간 걸렸다. 좀 만든다는 빵집에서는 롤러로 눌러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걸 감안하면 이제 손으로 하루에 백 판씩 반죽 미는 크루아상 지옥도 신설되었을 것 같다.

4-1. 수타면 지옥, 피자 도우 지옥, 머랭/휘핑크림 지옥 등…

4-2. 그 밖에 잉글리시 머핀을 굽고, 냉동실도 정리할 겸 바나나와 통밀, 그 밖에 자투리만 남은 초콜릿과 견과류, 건포도 등을 섞어 그냥 머핀을 구웠으며 역시 오랫동안 묵힌 자몽 껍질을 전부 꺼내 끓는 물에 세 번 데쳤다가 설탕과 물엿에 조렸다. 엄청 많은데 혹시 필요하신 분? 입 심심할때 주워 먹기 시작하면 천 칼로리 앉은 자리에서 30분 만에 섭취 가능하다.

5. 스스로를 진보라고 믿는 불치병. 또 이렇게 말하면 나를 보수라고 착각하는 더 지독한 불치병.

6. “Finally I see Magnolia is burgeoning in front of my apartment. I am very happy to see my favorite flower coming up, but sad simultaneously as I know how short it will last. Spring has become so ephemeral of the season that it is hard to avoid feeling sad even when I am in it so fully. The enjoyment has long been gone.”

 by bluexmas | 2012/04/14 00:22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루아 at 2012/04/14 01:03 

4.1. 맨손으로 김치 백 포기 담그기 지옥이라든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8

김치는 손으로 담글 수 밖에 없습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12/04/18 11:55

‘맨’ 손이요…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2/04/14 01:08 

1.요새 일이 늦게 끝나 스마트폰 gbis로 어느 버스/지하철이 이어지나 똥줄타게 찾아봅니다..

6. 저희 동네에도 ‘목련꽃 피는 4월에 그대와 내가 만났고'(조용필 노래) 생각나는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짧기에 더 아련하고 아름다운~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8

어휴 바쁘신가 보네요. 목련을 벌써 지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2/04/14 09:56 

1.중년 도깨비 인상이라뇨…설마…(마라톤 사진이 기억나는데요.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8

두꺼비입니다 도깨비 아니고…

 Commented by black at 2012/04/14 10:10 

4-2. 저요! +_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8

벌써 다 나갔습니다… (1)

 Commented at 2012/04/15 05: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18 11:19

벌써 다 나갔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