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여행의 이유

아까는 어떤 멍청한 시골 마을을 지나가다 딱지를 먹었다. 어차피 여기 사는 것도 아니니 ‘F@!k you, you motherf@!ker라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워주고 도망가려다가 그냥 모범시민처럼 면허증을 내주고 딱지를 먹었다. 이런 빌어먹을 190달러… 문제는, 바로 전 블록에서 경찰차를 봤기 때문에 그 이후로 속도를 줄였는데 어떻게 3분 내에 딴 경찰차가 나타나…. 그런 시골 동네에는 종종 그런 식으로 지역 경제를 충당하니까.

어제 오늘 거의 종일 운전했다. 웃기는 게 시간이 늘 예상한 것보다 두 시간 더 걸렸다. ‘넉넉잡아 여덟 시간이면…’하면 열 시간, ‘일곱 시간…’하면 아홉 시간이 걸렸다. 해안선은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담담한 경치를 제공했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는 아무 감흥도 없을 정도가 된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장관이 계속되기 때문에 적응해서 무감각해질 뿐. 일부러 포장해와서 다음날 아침에 먹는 삼선볶음밥처럼, 평범한 그곳으로 돌아가 발을 디디는 순간 생각나겠지만.

드디어 짬이 나길래 생각해봤다. 나는 대체 왜 이따위의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이건 휴가가 아니다. 그리고 난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상반된 욕망이 있다. 혼자 있고 싶다는 것과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는 것. 평상시에는 의식적으로 전자를 택하려 강박적으로 발광한다. 그게 병적으로 심해질 때쯤 이런 여행을 떠난다. 아무런 선택의 여지 없이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몰아넣고 언제나 전자를 강박적으로 택하려는 나의 외로움을 끄집어 내동댕이쳐놓는다. 절대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공기 속에서 선택적으로 외롭고자 하는 욕구는 금방 기죽어 스스로의 미욱함을 인정한다. 그러면 또 한참동안 닥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여행도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 떠돌이같은 기분이 들어 힘들다.  아 힘들다는 말을 쓰기도 힘들어 그냥 횡설수설;; 아니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빵이 먹고 싶다고? 한 열흘 딴 거 말고 빵만 쳐먹어 좋아 죽겠지?^___^” 뭐 이런 거?

 by bluexmas | 2011/11/15 16:32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당고 at 2011/11/15 16:44 

헉- 190달러라뇨……

언제 돌아오세요, bluexmas 님?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11/15 16:52 

아~ 외로움이 사무치는것 같은 포스팅…ㅠㅠ;;

제가 2월 하순에 딱~ 그럴지도 모릅니다..ㅠㅠ;;

 Commented at 2011/11/15 22: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 at 2011/11/16 01:41 

음.

그래도, 그런 여행이라도 하고 안하고가 차이가 있으니 하고, 잊어질 쯤 또하고 하는거겠죠. -_ ;;

건강 잘 챙기시고, 무사히 돌아오세요 🙂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11/28 11:06 

춥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