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ㅈㅁ과 짜장면 드시는 스님들
공사하고 또 다망했다. ㅈㅁ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왠지 공사하면 ㅈㅁ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니고 한다. 불길한 예감은 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나 뭐 그딴 얘기도 많이 있고.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단 공사다망은 공사+다망으로 구성된 사자성어가 아니니까.
어쨌든 일이 많았다. 어제는 태풍을 뚫고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무려 다섯 시간이나 연착되어 공항에서 사람 구경 실컷했다. 말이 다섯 시간이지 정말 죽겠더라. 그래도 공항철도 터미널 쪽은 사람이 없어서 좀 덜했다. 조금만 가까우면 공항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너무 고립된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떠나기 위한 공간에서 떠나지 못하고 궁상 및 주접을 떠는 꼬라지는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항에서> 같은 소설을 쓸 것도 아니고… 기사 쓰기 위해 봤으나 너무 재미없었다. 그거 말고 보통형님의 히드로 어쩌구 하는 책도 보려했으나 킨들로 샘플을 받아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가셔서 접었다. 보통 형님의 인기는 솔직히 이해 못하는 구석이 있다. 그건 어쩌면 형님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된 보통일지도 모른다. 영어로 읽은 샘플은 재미없었다.
어제는 아침이랑 점심을 어쩌다 보니 대강 먹었다. 윤씨밀방에 네 번째 갔는데 문을 닫았더라. 만두 먹기 참 힘들다. 단골집에서 간짜장을 먹는데, 스님 두 분이 들어오셔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칸막이나 방을 요구했다. 아주머니는 예약 손님이 있다며 가볍게 거절. 스님들은 짜장면을 시켜 드셨고, 곧 한 분이 더 들어오셔서 세 분이 열심히 드셨다.공기밥도 시켜 드셨다. 계산하며 물어보니, 스님들이 “자주”오신다고. 자, 여기에서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내가 ‘아니 스님들이 종교의 계율을 지켜야지 왜 고기를 먹고 지X…’이라고 독설을 뿜어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솔직히 스님이 고기 먹는 것과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물론 크게 봐서 ‘종교 규율을 안 지키는 종교인은 종교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악성 분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사실 그런 측면보다, ‘참 알고 보면 다 속세의 인간이라 즐거움을 뿌리치고 살기가 어려운데 왜 꼭 한다고 그래서는 짜장면 한 그릇 가지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나는 무신론자라기 보다 무교인이 되어 가고 있는데, 그건 종교나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기까지는 사실 귀찮아서 하기도 싫고, 그저 종교의 가르침을 못 따를 게 뻔한데 그걸로 고민하고 싶지 않다. 나는 선한 인간도 아니고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선해질 것 같지 않으며 종교가 지정하는 것 이상의 쾌락이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어떻게 살지 그림이 뻔하게 보이는데 그 그림을 맞지도 않는 종교의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면 그림도 고생, 틀도 고생이다.
아, 해뜬다. 아침 먹고 자야 되겠다. 근데, 공기밥보다 이왕 드시는 거 좀 요리를 시켜 드시던가… 주문이 되는지 모르지만 중국집에서도 채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야채 볶음 시키고, 짜장은 고기 빼고 볶으면 되는데… 빼달라는 주문을 듣지는 못했다.
# by bluexmas | 2011/08/10 05:46 | Lif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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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쓴 것처럼 저는 별 상관 안 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건 제 종교관이니 스님들의 육식 문제가 정확하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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