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변압기’나 ‘초록등’보다 나은 액션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게 보았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ㅂㅅㅈㅁ 수준의 그린랜턴(웃기지도 않는 유머/개그코드는 정말 어이없었다)이나,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이클 베이가 욕심을 부린 티가 너무 나는 트랜스포머 3보다 훨씬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랜스 포머 3가 정말 짜증났던 이유는 쓸데없이 비중이 큰 스토리라인 때문이었다. 그냥 한 시간 반 짜리로 만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열심히 싸우기만 했더라면 솔직히 별 불만 없을 것이다. 이런 영화에서 찾는 즐거움이란 바로 그런 종류일테니까. 새 여친에 직장찾기는 어려워 난리고 눈치 없는 부모는 또 나오고 배신하는 인간에 뭐에 뭐에 인간의 협력에… 그래봐야 트랜스포머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가슴벅찬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액션 영화라고 해도 최소한의 스토리라인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왜 주인공이 그 역할에 맞는지에 대한 전개의 정당성과 같은 구조를 짜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정말 그러한 부분을 최대한 최소한으로 두고, 나머지를 액션으로 채웠다. 만화처럼 유치한 구석도 있었지만 사실 원래 만화이므로 그만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넘어갈 수 있었다. 어딘가에서 읽기를, 이 영화의 액션이 충분하지 않다던데 동의할 수가 없다. 코믹은 모르고, 영화의 설정으로만 보자면 캡틴 아메리카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공중을 난다거나, 눈에서 광선이 나가는 등의 초 자연적인 힘은 없다는 의미다. 대신 육체적인 전투와 전쟁물에 기댄 공상과학적 요소들이 있고 거기에 세계 2차대전이 시간적 배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발달한 무기들을 집어넣어 골동품 전쟁과 같은 느낌도 배재했다. 눈덮인 산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기차의 전투 장면과 같은 것들은 훌륭했다. 이만하면 여흥을 위해 돈주고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두 시간이었다는데 지루한지도 전혀 몰랐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현재 잘 못 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좋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시간적인 배경은 세계 제 2차 대전인데, 그 시기가 미국인들의 전성기라고 생각하기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국이 여러면에서 구린 건 사실인데, 아마 물어보면 이때보다 인디아나 존스 4편의 배경쯤이 되는 1950~60년대, 즉 펜더 텔레캐스터와 깁슨 레스폴이 나오던 때 정도를 전성기라고 꼽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수퍼맨 시리즈가 개봉되던 80년대거나. 오늘날의 살고 있는 미국인들 가운데 세계 2차대전 시절의 기억을 또렷하게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족
1. 영화의 전체적인 색조나 당시 의상, 분위기 등이 마음에 들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감독이 로켓티어(1992)를 감독했고 기타 영화에서 미술감독이었다고 한다. 로켓티어는 학교 다닐때 개봉된 걸 보려다가 놓쳤는데 왠지 포스터만 봐도 그렇고, 그 어딘지 모르는 엉거주춤한 분위기가 꽤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2. 이 영화도 왠지 “자막만 3D”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조조가 팔천원이라니…
# by bluexmas | 2011/08/01 11:09 | Movie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4)
제목 : 퍼스트 어벤저 –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퍼스트 어벤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퍼스트 어벤저>의 포스터]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영웅, 정의롭고 헌신적인 영혼의 소유자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가 다시한번 영화화 되었다. DC의 영원한 보이 스카우트 슈퍼맨이 있다면 MARVEL에는 영원한 보이 스카우트이자 영원한 군인 캡틴 아메리카가 있다고들 하는데 딱 그러한 인간상에 걸맞는 히어로가 다시금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것이다.[……more
제목 : MARVEL MOVIES : 캡틴 아메리카 – 퍼스..
-전체적으로 낭비되는 부분 없이 필요한 부분만 꽉 들어차 있고 스토리 구성도 튼실한 편이긴 한데 애초에 주인공이 어떻게 될는지 미리 암시를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전개를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아서 긴장감이 덜하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요소들이 잘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순식간에 감정을 고조시키는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 요즘 관객들 눈에는 다소 밋밋하게 비칠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다음과 ……more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4/03/30 19:40
… 캡틴 아메리카-변압기나 초록등보다 나은 액션 영화너무나도 뻔한 이야기겠지만, ‘마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를 볼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적인가 따져봐야 한다. ‘유니버스’ 전체의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