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그림자의 밤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물론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외롭다는 말을 맨 위에 올려놓는다. 돌이켜보면 여태껏 그 말을 입에 담아보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때로 못 견딜때에는 돌리고 돌려서 말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녁을 시원찮게 먹고 나니 갑자기 순대가 먹고 싶어져서 길을 나섰다. 톨게이트 사거리를 건너서 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줄 알고 놀라서 멈춰섰다. 알고 보니 내 그림자였다. 그 길에서는 그림자가 무려 세 개였다. 그림자는 하나만으로 족하다. 때로 하나도 버겁다. 세 개쯤 되면 걷기가 어려워질 때도 있다. 그런 날들 가운데 하루였다.
# by bluexmas | 2011/04/17 01:34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