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서점의 최후
서점체인 ‘보더스’에서 메일을 받았다. 맨날 받는 광고 메일이거니 싶어서 바로 지우려다가 보니 아니었다. 내가 늘 가던 동네 지점이 문 닫기 전에 떨이 세일을 한다는 내용이었다(결국 광고 메일인 건 맞구나-_-;;). 떠난지도 2년이 되었고 다시 돌아갈 일 없는 곳일 확률이 99%지만 그래도 쓸쓸했다. 그 서점, 그리고 거기에서 보낸 시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책에도 그 얘기를 썼겠나. 다시 가게 된다면 이런저런 것들 다 하고 싶지만, 정말 모두 제쳐놓고 반나절쯤 시간 보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가게 되더라도 서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제 슬슬 많은 것들이 과거와 망각의 영역으로 슬슬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가게되더라도, 그곳은 낯선 도시일 것이다. 슬퍼진다.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고, 있어도 아주 드물게 왕래한다. 나누는 이야기도 이제는 별 접점이 없다. 안부만 이야기하게 된다.
정말, 돌아온지 다음 달이면 2년이다.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렀다. 그 와중에 그렇게 떠나야만 했던 과정에서 느꼈던 실망이나 좌절 기타 등등의 감정들을 나는 마치 없는 것처럼 여기고 살았다. 마치 “She was never there”하는 것처럼, 나는 그런 감정 같은 걸 느껴본 적 없거나 느껴서는 안되는 것처럼 여기고는 그냥 상자에 담아서 어두운 방에 구석 어딘가에 놓아두었다. 열어볼 자신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 이런 일에는 얼마나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그걸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고여있지만, 흘려보내는 척 한다. 많은 일들을 마치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여기고 산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시간동안 내가 냈던 온갖 짜증이며 분노, 좌절의 바탕은 모두 그렇게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촉촉하게 봄비를 머금은 자기 부정의 토양에서 위안의 싹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그것마저 밟아버릴까 말까, 망설인다. 내게 필요한 게 위안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니까. 위안은 풀이나 나무처럼 머무르는 감정이어서는 안된다. 바람처럼 스쳐지나야만 한다.
# by bluexmas | 2011/03/18 00:42 | Life | 트랙백 | 덧글(14)
‘하이피델리티’에 나오는 것같은 레코드샵들과 자주 드나들던 책방들이에요. ;;
갑자기, 블루마스님 서재를 구경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군요.
완전 표현이 딱맞는데요.
요즘 어문실력까지 딸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