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죄 없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비밀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밀을 만들지 않고 살려고 하면 오히려 삶이 더 피곤해진다. 어떻게 보면 비밀이라는 게 삶의 노폐물 같은 것, 즉 살아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생각하니까. 살아 있지 않으면 배설하지 않는다. 뭐 비밀은 배설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이겠지만… 비밀을 오랫동안 배설하지 못하면 쌓여 괴로와져서 배설의 유혹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걸 그렇게 권장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닌 이상에야 배설에는 화장실 대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밀을 배설하겠다는 건 바로 그 사람에게 고통의 일부를 소유권 이전하겠다는 의도가 되는데, 이게 부담이 되지 않는 관계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서도 배설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쓰는 물이 얼만데.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알면 최소한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비밀을 캐내기 위해 목을 매기도 하는데, 어떤 비밀은 모르고 사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러는 거다. 때로 누군가의 어떤 비밀은 그동안 보아왔던 세상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비밀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배려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는다. 어차피 짧은 삶인데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고, 어떤 건 정말 알 필요가 없지만 알아차리고 나면 늦는다.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다.
# by bluexmas | 2010/07/07 00:25 | — | 트랙백 | 덧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