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맷돌소바-하림의 새 프로젝트, 아직 미완성
게맛도 모르지만, 메밀맛은 더더욱 모른다. 기회만 닿으면 먹던 그 메밀국수에 실은 진짜 메밀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였던 기억이 선하다.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사실은 어머니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얼마 전 신사동 네거리에 문을 연 맷돌소바는 가게 앞에 자리잡고 있는 이동식 제분기(북해도에서 들여왔다고 하는) 덕분에 무척이나 눈에 잘 뜨인다. 문을 열기 전부터, 그 앞을 지나다니며 제분기를 보고는 꼭 한 번 들러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매니저라고 생각되는 분과의 짧은 대화에서 그 사실을 그다지 드러내고 싶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맷돌소바는 닭고기 가공 업체 하림의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것이고 그걸 알아차리기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일단 건물 이름이 하림빌딩이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기 전에 지나치는 엘리베이터에 붙은 각 층의 안내를 보면, 건물의 나머지가 하림의 사무실이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잠깐 들러 늦은 저녁으로 100% 순면에 일본식 소스(우리나라식은 좀 덜 짜다고 한다)를 곁들여 먹었는데(가격은 만 원. 80%면은 8천원이었던가?), 은은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메밀의 향이며 맛은 그렇다치더라도 한 끼의 식사라고 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 아쉬웠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계속 먹어봐야 아는데, 진짜 국산 메밀로 만든 면을 먹기가 그렇게 쉽지 않으니까…). 물론 어디까지 믿어야 되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숙성시킨 소스라던가 가게의 깨끗한 차림새, 확실하지는 않지만 계약재배로 메밀 물량을 확보한다는 사실 등등을 보면 단기간 준비해서 승부를 내고 말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는데, 이 날 먹었던 메밀면을 빼놓고서라도 성인 남자가 한 끼 만족스럽게 먹을만한 양을 지닌 음식은 없다는 점에서 조금 더 메뉴개발을 해야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니저님과의 이야기에서 이러한 측면은 가게에서도 이미 깨닫고 있는 점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아마도 궁극적인 목적은 여기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서 결국 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by bluexmas | 2010/07/04 21:28 | Taste | 트랙백 | 덧글(12)
비공개 덧글입니다.
좀 메뉴구성 등을 바꿔야겠더군요. 메밀 100%소바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뿐,식감은 그리 좋지않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몇몇 이들의 평도 그렇고… 그래서 일부러 80%버전으로 먹었습니다..
여기보단 교통이 약간 불편한 방배동[스바루]에서 오리 온소바도 먹었습니다. 소스의 균형감도 그렇고 만족도는 ‘스바루’가 좀 더 낫더군요. 다만 소규모운영인데 파워블로거 건모씨의 평이 퍼지면서,몰리는 고객 감당에 버거워하는 느낌입니다. 이 가격 내고 먹는 공간으론 영 어수선하더군요. 오리 온소바는 만천원>만3천원으로 올랐습니다. 양이 썩 많지는 않아서 공기밥(천원)을 추가했습니다. 지금 버거워해서 소바는 일일 60그릇 한정판매로 줄였다는데, 이제부터 고객만족도에 고비를 맞은 듯 합니다~
말씀대로 교통이 솔직히 제법 불편해서 설마 몰릴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서래마을 근처기도 하고 하긴 차 있는 사람은 상관 없겠지요
공백에 들어차는 햇살 맛이 좋았던 것은 이제 그저 기억이겠습니다.
재개장 휴업 같은 말 나올까 두렵습니다. 여름만 버티면 조금 나을는지요
호주산 중에서 상태좋은 것 가끔 구워먹습니다~
저 컨테이너가 홍보용으론 확실한 것 같지만 좀 답답한 느낌;;이 들고 보니까 주차공간에 올려둔 것 같던데… 그래도 저 위치가 최선이니까 저리 해 둔 것이겠지요?
착착 개선해서 우직하게 버텨주면 좋겠습니다.
함량과 색은 관계 없다는데. 역으로 얼마 안 되는 경험상 저런 뽀얀 메밀면이 대체로 정직한 맛을 냈던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