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한 밤의 케이크 폭식 총정리(1)
여행기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으니, 그때 먹었던 음식을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그 첫 번째는 고베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 모든 케이크 가게 한 번씩 들르기였다. 두 번에 걸쳐서 먹었으니 글 역시 두 번에 나눠서 올릴 예정이다.
처음부터 백화점 매장의 케이크만을 먹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고베에는 언제나 저녁 늦게 도착해서 천천히 둘러볼 시간 여유가 없었고,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백화점 매장을 뒤지게 된 것이었다. 전부 포장을 해서는 호텔에 와서 먹었으며, 공짜로 주는 녹차를 진하게 우려서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입을 씻어내고 다음 것을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곧 잊어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먹자마자 간단하게 기록을 남겨 두었다.
1. 모토마치 <그레고리 콜레>의 ‘압솔뤼’
유일하게 매장에서 먹은 케이크. 모토마치에 발을 디디자마자 눈에 띄길래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던데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기에도 반짝반짝, 글라사주를 잘 발라놓은 케이크는 속도 촉촉한 비스퀴와 약간 사각거리는 웨이퍼스(맞나? 어쨌든 바삭거리는 과자)의 식감 조화가 휼륭했다. 장식이지만 눅눅해서 케이크의 식감에 방해되는 저 통 아몬드만 빼놓는다면 이름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에 이촌동의 <안데르센>케이크를 먹으면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케이크와 통 아몬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철이면 산딸기 한 알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참, 내 입맛에는 조금 단 편이었다.
이 다음부터 백화점 매장에서 케이크를 한 조각씩 사기 시작했다. 각각 가장 마음에 들게 생긴 것으로, 종류를 달리해서 샀다.
2. <모토마치 케이크>의 딸기 케이크
계란 맛이 물씬 풍기는 케이크와 크림, 그리고 고운 가루 설탕의 소박한 조화. 저 정도 맛의 조화만으로도 케이크는 훌륭하다. 단, 딸기가 잘 익기는 했어도 여전히 딱딱하기 때문에 케이크의 식감에 비해 너무 두드러졌다. 장식적인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저렇게 통으로 얹어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썰어 설탕에 살짝 절인 뒤 크림에 섞어서 넣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3. <몰토 쿠오레>의 정체를 할 수 없는 케이크
이 케이크는 정말 예뻐서 산 것이기는 한데, 그만큼의 맛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팥인지 밤인지 아직도 잘 분간할 수 없는 앙금을 뭉친 것에 코코넛을 약간 넣은 윗부분과, 타르트 반죽과 같은 일종의 쇼트케이크가 깔린 바닥, 그리고 설탕으로 만든 장식이 얹혀 있는데, 모두 너무너무 푸석푸석하고 딱딱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크라면 자를 수 없을 정도? 보기 좋지만 먹기에는 안 좋은, 일종의 예외 케이크. 여자 점원들이 입고 있었던 티셔츠는 예쁘던데… 비닐 가방도 빨간색으로 가장 예뻤는데, 불과 며칠 뒤에 가니 매장이 다른 상표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4. <Bocksun>의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와 몽블랑
하나만 사려다가 실수로 두 개를 사게 되었는데,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는 블루베리를 먹고 싶어서 엉겁결에 고르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특별히 두드러지거나 빠질 것도 없는, 조금 지루하다고 할 수 있는 맛이었다. 기본기에 충실해서 평범 무난하다고 하면 될까?
그리고 몽블랑은, 일본의 입맛이 그런지 조금 단 편이었는데 밤 크림의 식감이 훌륭했는데 그 훌륭한 식감에 방해가 되도록 굳이 한 가운데에 삶은(조린?)밤을 떡허니 통으로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메모해놓은 것을 보니 모토마치 케이크의 딸기 케이크 속에 든 크림보다 낫다고 써 놓았는데 이건 뭘까…
5. <아 라 깡빠뉴>의 ‘Mille Crepe’
이건 초콜릿 크레이프를 티라미스 크림과 겹겹이 쌓은 것으로, 뭔가 크레이프로 티라미스 분위기를 내려는 그 아이디어가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샀다. 처음 다섯 입까지는 좋다고 생각했으나 금방 질려버려 끝까지 다 먹지 못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식감이었다. 그렇게 얇다고 할 수 없는 크레이프와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바탕으로 한 크림이 한데 섞이니 미끌미끌, 느글느글한 느낌이 너무 강했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단맛까지 좀 모자랐다. 크레이프가 더 얇고 바삭바삭하거나, 크림이 조금 더 묽거나 해야 될 것 같은데 그 사이에서 최악의 조합으로 둘이 만나니 이건 좀 실패작이었다.
엄청나게 많이 먹은 줄 알았는데, 막상 정리하고 나니 여섯 쪽 밖에 안 되어서 뭔가 좀 스스로 사기치는 듯한 기분인데… 2편에서는 조금 더 많이 먹었으니 기대하시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어째 좀 미안해지려고 그런다.
# by bluexmas | 2010/03/29 13:54 | Taste | 트랙백 | 덧글(14)
와우~정말 멋진 케익들이네요~모니터로 손을 뻗어서 냉큼 꺼내서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ㅎㅎ전 갠적으로 블루베리치즈케익과 크레이프티라미스가 먹고프네요…
아마도 제가 치즈를 좋아해서 그런듯해요…2편도 기대해볼께용….아마도 입에 침 가득 고일듯싶어욧…+.+
몽블랑쪽이야말로 밤을 위에 얹었으면 좋았을텐데ㅎㅎ
비쥬얼적인 면에선 과일이 위에 올라오는 것이 보기는 좋은데..개인적으론 과일이 크림 속에 들어가면 어느 부분을 물어도 과일의 맛이 배어들어서 더 맛이 좋더군요: )
압솔류ㅣ ㅠㅠㅠㅠㅠㅠㅠ 그맛이 생각나네요!!!!!!!!
일본은 유명 케이크점들이 백화점 지하에 거의 다 들어가기때문에 시간없는분들은 데파치카만 순회해도 됩니다. 으아..먹고싶다 ㅠㅡㅠ
전 크레이프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어서요.
모토마치의 딸기 케이크 속에 있는 하얀 크림과
록산?의 몽블랑 속 하얀 크림 중
몽블랑의 크림이 더 맛있다 라는 메모 아니었을까요?
4. -> 이 아닐까 싶네요..
태그를 사용해서 그런지 쓴 글이 사라졌네요. Rocksan이 아니라 Bocksun 같습니다.
그러네요. 벌써 5년도 넘은 일이라.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