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유기농 요구르트

발효기가 있으므로 만들어 먹어도 되는데 대체 어떤지 맛이라고 보자는 생각에 두 종류의 유기농 요구르트를 먹어보았다. 파스퇴르(450ml, 5천원대)와 상하목장의 가면을 쓴 매일(750ml, 4천원대) 제품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민할 필요 없이 파스퇴르 제품이 비싼 값을 했다.

일단 식감부터 얘기를 하자면, 두 제품 모두 떠먹기도 뭐하고 그냥 마시기 뭐한, 정말 어중간한 농도를 지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병에 포장을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어 소비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파는 대부분의 떠먹는 요구르트는 예전 글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지방을 빼고도 농도를 유지하도록 젤라틴과 같은 종류의 첨가물을 섞었다. 뭐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문제는 그렇게 만들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 것을 넣지 않더라도 적당히 지방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농도가 유지될텐데(아니면 전지분유를 더하기도 한다), 이 두 제품 모두 병째 마시거나 따라 먹으려고 병을 기울이면 참을성 없는 사람을 짜증낼 수 있는 농도로 주르르륵 흘러 나오는데, 그렇다고 숟가락으로 떠서 마실 수 있을 정도는 아닌데다가 병에 담겨 있어 숟가락을 넣을 수 조차 없다. 어차피 이만큼을 병째 앉은자리에서 먹을 사람도 없을테니 차라리 농도를 조금 더 진하게 떠먹는 요구르트 수준으로 만들어서 주둥이가 넓은 플라스틱 통에 담은 제품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가 먹기 싫은 경우는 대부분 발효시간에 대한 감 부족으로 너무 시어질 때까지 내버려두었을 때이다. 결국 파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요구르트의 신맛은 사실 단맛과도 관계가 있다. 더 달게 만들면 신맛도 덜 느껴지는데 그 대신 역겨워지게 마련이다. 언젠가 글을 썼던 것도 같은데 김연아까지 모델로 써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퓨어’가 정말 역거울 정도로 달았다. 지방을 줄였을 때에도 그걸 메우기 위해 단맛을 비정상적으로 더한다. 우리나라에서 레드 망고가 유행하고 조금 지나서 로스엔젤레스에 ‘핑크 베리’ 가 유행하게 되었는데 나도 먹고 너무 단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어떤 미국인의 블로그에서도 지독하게 달다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신맛과 단맛 모두 파스퇴르 제품이 훨씬 부드러웠다. 사실 그냥 설탕을 적당히 먹고 말지 아가베 시럽이나 올리고당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설탕대체품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데, 아가베시럽으로 단맛을 냈다는 파스퇴르의 제품의 단맛이 훨씬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결정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반면 상하의 제품은 신맛이 더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단맛도 더 거친 느낌이었다. 유기농 설탕을 썼다는데 왜 굳이 ‘이소말토올리고당’까지 더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유기농제품에만은 이런 종류의 첨가물, 또는 대체품을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하의 요구르트에는 무설탕에 블루베리 100%라는 독일산 블루베리 퓨레가 증정품으로 딸려오는데 이것보다 덜 단 플레인 요거트라면 모를까, 이 정도의 단맛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구르트에 과일 퓨레를 섞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저 무의미한 상술로 다가온다.

사실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유의 질이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는 집에서 파스퇴르 우유를 마시고, 밖에 나가서 배가 고파지면 끼니 대신 예전에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상표의 우유를 마셔보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인상적인 것을 찾지 못했다. 상하목장의 제품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기본적으로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다른 상표라고 생각하면 사고 싶은 생각이 더더욱 없어진다. 매일유업 제품이 더 나쁠 건 없지만 파스퇴르 아니면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없다. 저온살균 우유와 아닌 것의 맛 차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두드러진다. 상하목장 제품이 기본적으로 풍기는, 전체적으로 섬세하지 못한 맛의 느낌은 사실 우유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하목장의 우유를 한 번 더 마셔봐야겠다.

결론을 내리자면, 파스퇴르의 제품이라면 사먹겠지만, 상하목장의 제품 정도라면 집에서 그냥 만들어먹는 편을 택하겠다. 사실은 덴마크의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서 먹기는 하는데 작은 용기가 거추장스러워서 차라리 큰 통에 담긴 걸 좀 팔았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이제는 좀 ‘요거트 향’ 이 든 요구르트는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래놓고 유산균이나 장의 건강을 얘기하는 건 너무 치졸하지 않나.

 by bluexmas | 2010/01/11 09:36 | Taste | 트랙백 | 덧글(21)

 Commented by ellen at 2010/01/11 09:49 

음…파스퇴르는 어렸을때 집으로 배달되어서 먹었었는데 왠지 다 못마시고 썩어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잘 안먹게 되었어요..사실 파는 곳이 없기도 하고. 근데 이 포스트 보니까 저온살균의 차별화된 맛을 한번 느끼고 싶군여….

매일우유는 개인적으로도 비추…차라리 남양이나 서울우유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근데 스타벅스에서 쓰는 우유가 매일우유라던데……미국스벅에서 쓰는 우유랑 가장 유사한 맛을 낸다나? 사실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여 ‘ㅅ’

어제 호밀빵을 먹고 싶었는데 집근처엔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밖에 없어서 심히 아쉬웠었죠…

그거 한봉지 사자고 신사동까지 갈 위인도 못되구요…

월요일이네요…..(두서 없는 댓글 용서해주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1 09:53

아이고 댓글까지 생각해가면서 달면 피곤하죠… 괜찮아요^^;;; 저도 요즘 바빠서 뺑드빱빠에 못간지가좀 오래되었어요. 냉동실에 쟁여놓은 것도 다 먹구요.

제가 나름 미국물도 먹었지만 우유도 좀 먹었는데 미국우유맛이랑 맛이 비슷하다고 매일우유 쓰는 건 좀 농담같네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11 11:20

참고로 여태껏 스타벅스 코리아가 매일우유를 써왔는데, 매일유업이 신세계강남점의 스벅 매장을 없애고 ‘폴 바셋’ 커피점을 오픈하니, 보복성인지 스타벅스에서 바로 서울우유로 교체했습니다…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11 10:03 

어디제품이든간에 지방 많으면 맛있고 지방 적으면 맛 별로고.. 전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네요.. 독일에선 수퍼 가면 우유같은 경우 한 수퍼에 종류가 많아야 한두 종류뿐이고.. 그것도 저지방, 고지방 분류만 되어있죠. 여기저기 우유회사에서 자기들꺼 사라고 포장 이쁘게 해서 경쟁하는 한국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데.. 물론 다양한 상품이 준비된 백화점수퍼같은데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유는 수퍼별로 취급하는 종류는 적어서 어차피 회사보고 선택은 못 해요.

한국에서도 우유는 한번 선택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그냥 먹던거 먹는 편이죠. 파스퇴르는 비싼 이미지가 있어 애초부터 손이 안 갔었고.. 뭔가 미묘한 단 맛이 느껴졌었다는 기억도 있는데 코흘리개시절의 기분탓이였던 맛의 기억인건지.. 그냥 남양우유나 서울우유였어요. 남양우유는 배달시켜 먹던 시절 이야기구요. 그냥 서울우유.

 Commented by 오스칼 at 2010/01/11 10:22 

사는 곳에서 1시간 반정도? 떨어진 곳에 목장이 있는데, 거기가서 사먹는 우유가 왜 그렇게 맛있던지요. ㅠㅠ 목장에서 우유도 판매하고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정말 그냥 아무것도 없는 아이스크림인데도 너무 맛있어서 그란데 사이즈 정도 되는 아이스크림을 그 자리에서 냠냠찹찹 하고 다 먹었습니다. orz

너무 멀어서 거의 1년에 한번 정도 밖에 못가는데, 그때 마다 마시는 우유는 정말 맛있어요. 근처 홀푸드에서도 그 목장 우유를 아주 적게나마 파는데 신선도가 똑같지 않아서 인지 그냥 우유랑 비슷해서 실망…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10/01/11 10:22 

소비량도 적고 생산량도 적은 나라에선 어쩔수 없는듯합니다.^^;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1/11 10:46 

제일 짜증나는게 우리나라에서 달지않은(무가당) 토마토쥬스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안 달게 먹기시작하면 오히려 그게 고소하고 맛있을텐데요.

 Commented by 볼빨간 at 2010/01/11 11:07 

전 기계가 있어만들어먹어요

타이머가 끝나면 바로 꺼내 식히는게 중요해요 그럼 시지않아요

그래서 전 안사먹으니 뭐 공감대도 형성안되고 할말도없고…그런데 리플라이는 하고싶고…;

아! 전 건국우유가 젤 맛있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우유를 먹어보고 한국우유 전부 물탔구나 싶은것이….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11 13:29 

저렴한 우유의 성분만 봐도 뭔가 이상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더라구요..고소한 맛을 내기위해 코코넛 어쩌구가 들어있다던지^^;

 Commented by mew at 2010/01/11 13:41 

오른쪽 요거트 마셔 봤는데 정말 걸쭉하더군요…ㅠ.ㅠ

에라이~ 하고 뒤집어서 보관해 싹싹 다 긁어먹었던 기억이….

 Commented by drtrue at 2010/01/11 14:13 

상하목장 꺼면 그래도 유제품계의 블루라벨아닌가요..(아니던가-_-) 시판 요구르트들은 너무 달아서 안 먹은지 오래되어서. 파스퇴르는 너무 비싸구요;;

우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유는 뭐니뭐니해도 갓 짠게 예술이죠. 예전에 학생 때까지 아부지가 서울 근교에서 목장을 하셔서. 그땐 왜 갓짠 우유의 소중함을 몰랐을까 후회하는 중입니다. 그 새벽냄새가 묻은 찐득한 고소함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땐 왜 진한 우유가 글케 싫었나몰라.. 하여간에 다른 건 모자라도 유제품 하난 풍족했던 생활이었는데 상경해서 살다보니 이거 원 우유 하나 고르기가 왜케 힘든건지..

하여간에 저도 요구르트는 만들어서..가 좋아요.

 Commented by 카이º at 2010/01/11 15:55 

발효기가 있다면 매일매일 먹을텐데 역시 힘들더라구요 ㅠㅠ

저도 퓨어 처음 먹고 ‘으잉?’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ㅅ=;;

알고보니 무첨가는 색소와 방부제뿐(…)

신걸 좋아해서 그런지 시큼한 홈메이드 요거트가 좋아요

시중에 나오는건 정말 덴마크가 제일인거 같더라구요

다른 제품들에 비해 100ml로 나름 많구요 ㅎㅎ

 Commented by 노아 at 2010/01/11 16:12 

저도 왠지 파스퇴르 쪽이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ㅁ’

어디 비싼 만큼 맛있나보자 라고 집었다가 진짜 맛있군. 하고 절망한 경우랄까요.

맛있는 걸 먹고 싶을땐 파스퇴르 쪽을 먹지만 많이 먹고 싶을땐 매일쪽을 먹습니다.

ㅎㅎㅎㅎㅎㅎ

 Commented by F모C™ at 2010/01/11 16:22 

파스퇴르도 한국야쿠르트에 팔린 뒤로 좀 연해졌다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다른것보다는 낫지만요.

몇몇 우유는 좀 심하게 싱겁긴 하지요. 물탄것도 아닐텐데 왜그럴까요ㅡ_ㅡ;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1/11 17:48 

앗, 저 한국잇을때 상하목장 저 유기농 요구르트 단골이었는데, 울신랑이랑 나랑 일주일에 거즘 서너개씩 마셨던 기억나요. 요구르트라기 보다는 요구르트쥬스라고 해야 맞겟지만… 그 적당히 신맛이 저희는 좋았는데, 여기 오니 요구르트가 전부 케찹같은 농도예요. 그렇다고 진짜 집에서 만든 것 같은 그런 요구르트라고도 말할 수 없구요,.

 Commented by 제이 at 2010/01/11 17:53 

먼 친척분이 목장하시는데

파스퇴르에서 가장 질좋은 우유를 수거하고 품질에 좀 엄격하다네요. 흐음 목장에 남은 갓짠 우유가 상당히 맛있는데 살균을 안한거라 화장실직행이라는 후기가 있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11 19:38 

제가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가 그렇게 먹기 싫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_-;;;;;;

너무 시큼해서 꿀을 무지막지하게 넣어 먹었는데 그래도 먹기 싫더라고요; 저도 덴마크 껄 애용하고 있어요.. ㅋㅋㅋ

 Commented by 히라케 at 2010/01/11 21:10 

상하목장 우유는 좀 비린맛이 강하죠.. 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우유맛이 어떤지를 몰라 평가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저는 GMO free선언 이후로 매일만 구입하는데 맛으로 평가하자면 그냥 평이한 맛이긴 합니다.

국내 우유중에선 성이시돌 우유를 맛있게 먹었는데 제돈주고는 못사먹겠어요. 너무 비싸서.

요구르트는 집에서 만들면 메이플시럽만 얹어먹어도 맛있지만 귀차니즘으로 그냥 사먹는데 남양이 개중 맛있는것 같아요. 생크림도 맛있고 신제품 베리믹스도 괜찮고.. 그리고 언급하신 제형의 요구르트로 숲골 요구르트라고 있는데 맛은 제쳐두고 이거 진짜 효과가 탁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리고당 액상과당 동감이요. 거진 GMO일거 생각하면 차라리 설탕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guss at 2010/01/12 19:22 

플레인은 덴마크 제품이 젤 낫더라구요. 요즘은 그걸 베이스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중인데 유자청을 조금 넣고 호두를 넣으니 쌉쌀하니 씹히는 맛도 있어서 괜찮더라구요.

 Commented by  at 2010/01/12 20:08 

낙안창령영농조합이란 곳을 추천합니다. 유기농은 아니지만 원유, 설탕, 스타터만 넣은 무향료 무첨가입니다. 하지만 제가 고른 건 그래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마지막으로 먹은지 1년 가까이 된 게 불안요소인데, 2년간 거의 흔들림이 없었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시험해 보시는 것도. 스트링 치즈도 국내에서 생산되는것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듬성듬성 썰어서 구운 아몬드와 섞은 후 꿀을 뿌려 먹으면 끝도 없이 들어가는 ㅠ_ㅠ

인터넷 덕분에 괜찮은 소생산자들이 직접 시장을 뚫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문제는 비지니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건데, 여기도 좀 그렇습니다. 고객 접대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닙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13 01:12 

갑자기 마트에서 팔던 7천원이 넘는 요구르트가 생각나네요

한국엔 참으로 다양한 상품이 나오네요

전 주로 향을 첨가하지않은 조그만 요구르트를 주로 마시는데

요구르트는 무언가 첨가하는게 더 맛이 없는거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