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아닌 걱정

평생 담배를 못 끊을 것 같은 M은 나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라고 언제나 말했다. 코털과 귀털을 절대 안 깎고 머리는 떡져 비듬이 앉아도 이틀에 한 번 감는, 1992년 부터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올해 초까지 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다녔던 P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믿어본 적이 거의 없다(또한 그들이 나를 걱정해줄 만큼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바래본 적도 없다. 그들의 걱정은 말뿐이었는데, 단지 자신들이 나를 걱정할만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빈 입놀림이며 요식행위에 불과했다(어디에선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글을 읽었다). 걱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몸으로 하는 거다. 배가 고픈 사람을 안다면 ‘배고파서 어쩌냐’ 라고 말을 할 게 아니라, 그 시간과 노력에 데리고 가서 밥을 한 그릇 사주거나, 편의점에서 빵이라도 한 개 사줘야 한다. 외롭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외로워서 어떻게 사냐고 말을 할 게 아니라, 한 번쯤 안 그러는 척 안아주거나, 그게 아니라면 손이라도 잡아줘야 한다. 차라리 술을 사든지. 근데 이게 사실 하기 쉬운 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걱정해주는 건 어렵다. 지난 주엔가 어떤 인간들이 누군가를 걱정한답시고 그지랄들을 해대는 걸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받을 사람이 원하지 않는 호의는 사실 줄 필요가 없다. 주고 생색낼 호의라면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지, 받을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걱정도 별 다를 바 없다.

 by bluexmas | 2009/12/20 04:02 |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2/20 04:40 

ㅎㅎ저는 사실 약간 오지라퍼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걱정에 잔소리를 좀 많이 하는 편이긴한데 좀 어려운 문제이긴해요. 나름 제 여건이나 상황이 되는한 개선할수있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일단 말로라도 걱정이라도 한마디 거들어주지 않으면 도와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하고ㅎㅎ 또 말뿐이 될까봐 그냥 방치플레이;;를 하다보면 오히려 무관심하다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ㅋㅋㅋㅋ 어느장단에 맞춰야 할지ㅋㅋㅋ

그냥 진심은 통하겠거니..하고 하던대로 하는 대신 우월감에 말하진 않도록 애쓰긴하는데 인간인지라ㅋㅋㅋㅋ 후회할때도 많고 어려워요ㅋㅋㅋㅋㅋ 그래도 말뿐인 걱정이랑 말만하더라도 진심으로 걱정하는 걱정은 좀 다른게 느껴지지 않나요?ㅎㅎㅎㅎ 미묘미묘..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0 04:42

아, 이건 지난 주엔가 난리났던 일에 대한 얘기에요. 진짜 친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한 건 아니구요^^

 Commented at 2009/12/20 04: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20 08:58 

그러게 말이에요 ^^; 같은 말이라도 걱정뿐인 말과, 듣는 사람을 위한 말이 있는 것 같아요.

외로운 사람에게 말로 안아줄 수도 있는가 하면 말씀하신 대로 그냥 ‘외로워서 어쩌냐’ 하고 말 수도 있죠..

말로 안아주는게 좀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그 사람과 가깝지 않다면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_-;;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2/20 11:04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심지어 얼굴에 비릿한 웃음까지 띄우고 걱정을 해줍니다. 머리 아파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20 11:45 

제가 그래서 남에 일에는 신경을 안쓰죠…

나쁜건가ㅠ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20 16:22 

고등학교때 반 여자애들이 어쩜 좋아~하며 유난 떠는 것이 걱정하는 척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걱정이 안 됐으니까요-_-;

물론 그것이 진심인지 어떤지 모르지만요…

그녀들과 저도 다를 게 없네요. 말 뿐이니…

도움이 되어주질 못할 망정 말이나 꺼내지 말지 확인사살하는 것도 아니고 에구..^^;

 Commented at 2009/12/20 22: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2/21 11: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googler at 2009/12/22 05:30 

습관과 인격의 불일치. 누구나 원하지 않음서도 누구나 기실 갖고있는 습관과 인격의 불일치. 지구박자겠죠? 그러니 지구가 이 모냥.

 Commented by essen at 2009/12/22 10:11 

맞아요. 말보다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