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에 관한 짧은 생각

1. 금요일 오후, 현대백화점 길 건너편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데, 그 앞의 노점상을 단속하려는지 용역업체인력들이 무리지어 있고, 그 단속대상인 분식마차는 무슨 노점상 협회 웃도리를 입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여자 하나가 쌍욕을 미친 듯이 해대는데, 좀 듣기 거북했다. 그 분식마차에는 ‘못살아서 하는 건데 단속한다’ 는 내용의 문구가 잔뜩 둘러져 있었다.

2. “그래서 맨날 똑같은 옷만 입는다니까요” 동네 이마트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그 옆 청소도구 보관실에서 이마트 앞 노점상의 주인여자가 때가 꼬질꼬질한 물통-원래는 물통도 아니었던 것 같은-에 물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 노점상이 언제나 다른 노점상만큼 싫었다. 같은 옷을 늘 입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여자도 그렇고, 남자는 면도도 하지 않은 정말 꾀죄죄한 인상으로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사실 노점상의 음식이 얼마나 위생적인지 아닌지는, 나의 관심거리가 이젠 더 이상 아니다. 거기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사먹겠다는 사람을 나 아니라 누구라도 말릴 수는 없다. 노점상으로부터 불거져 나오는 문제들 가운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적인 공간의 사유화이다. 음식점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음식은 물론 그 공간을 제공한다. 바리스타님들께서 컨디션 안 좋은 날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정말 커피구정물 같아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목구멍으로 넘겨줄 수 있는 이유는, 커피 말고도 공간을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건물주의 것이든, 음식점 주인의 것이든 돈을 내고 그 권리를 가지게 되는, 처음부터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노점상들이 쓰는 공간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길거리는 모든 사람의 통행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한 공간에 돈을 받고 음식을 팔 수 있는 간이공간을 설치하면, 그 공간은 곧 거기에서 돈을 내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나라의 인도는 그렇게 넓지 않다. 왜 그 공간이 사유화 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산역 앞의 버스정류장은 진짜 혼잡하고, 거기에 정말 폭이 1.5미터나 될까 말까한 섬 같은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늘 까치발을 하고 꾸역꾸역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작 그 뒤에 있는 넓은 공간은 전부 노점상들이 차지해서, 사람들은 정말 어디에도 서서 편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정말 이렇게 불편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것과 노점상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지, 그냥 노점상에서 뭔가를 먹고, 또 불편하게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늘 힘을 가진 무리가 자신의 자유를 뺏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무리는 비단 정치 잘못하는 사람들이나 폭력배들만이 아니다. 그냥, 노점을 개인이 그냥 되는대로 아무데나 가서 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얘기만 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위생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끝도 없지만, 내 입으로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으니 눈으로 본 것 하나만 얘기하고 싶다. 웃기는 건 이건 포장마차도 아니고 무슨 허가받은 간이 판매대 같은 곳인데, 저 사진의 남자는 그 안에서 핫도근가 뭔가를 팔면서 담배를 버젓이 피우고 있다(어차피 얼굴이 나오지 않으므로 모자이크 처리는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담배를 피우는 걸 보면서도 음식을 정말 사먹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뭐 그것도 개인의 선택이므로 나는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by bluexmas | 2009/12/19 10:31 | Tast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at 2009/12/19 10: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2/19 11:06 

쉽지 않은 이야기네요. 공간은 아직 서로서로 확인이 덜 된 것 같아요. 서로 잘 모르지 싶습니다. 어떤 때는 노점상에 확 짜증나고, 어떤 때는 그것도 도시 풍경이다 싶고, 어떤 때는 에구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싶고, 잘 모르겠습니다. 위생은 그분들 사용하는 물을 생각하면 고민이 싹 사라집니다. 뭐 그래도 가끔 먹지요만 -.-

 Commented at 2009/12/19 11: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히라케 at 2009/12/19 12:22 

노점상들이 쓰는 공간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222

우리나라는 노점상 철거한다고하면 이상하게 온정주의로 흘러가더군요

저사람들 일반 샐러리맨보다 잘법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19 13:34 

한국에 집이 위치한 영등포도 워낙 노점상이 많아서

버스정류장에서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았죠…

그래도 배고플땐 먹지만

 Commented by zizi at 2009/12/19 13:37 

저도 어제 노점상과 지역에 대해 생각을 했는데… 결론이 안나더라구요.

뭐든 쉬운 게 없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루아 at 2009/12/19 17:41 

옳으신 말씀이네요. 사실 진짜 문제는 길거리에 노점상이라도 열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가 아닐런지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2/19 18:03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둘째 치고, 정부 차원에서 ‘깨끗이,양질의 재료를 즉석에서 만들어 열심히 운영하는’ 점포에 대한 상벌체계가 전혀 없으니 그저 하향평준화인 듯 합니다;;

열심히 하든 허접한 재료로 대충 담배피며 하든, 어떤 포상의 차별성이 없으니까요. 도시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합법적인 철거도 필요하겠지만, 위생검사 등을 통해 신뢰받을만한 곳은 어떻게든 지원과 포상을 하는 제도도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놓아두면 고객은 더럽고 허접한 음식을, 상인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가 단속에 괴로움을, 정부는 상인에게 시민에게 욕만 먹는 이중고를 겪는 현상이 되풀이되겠죠~

 Commented at 2009/12/19 18: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12/19 23:24 

그래왔기 때문이죠. 그것을 보아왔기때문이고^^;

 Commented by 고기먹는사슴 at 2009/12/19 23:54 

포장마차 위생에 대해서라면 예전에 종로 2가의 어느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포장마차 아주머니께서 ‘임마, 거기 왜 들어가, 어서 나와!’ 하시면서 튀김 든 봉지를 툭툭 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어요. 설마하니 사람에게 한 말은 아닐 테고 비둘기 아니면 쥐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집 근처 단골 포장마차 외에 다른 포장마차에는 눈길도 안 주게 되더라구요.

 Commented at 2009/12/20 01: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2/20 0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2/20 02:56 

비공개 덧글입니다.